정바름 디지털팀 기자 |
대표적으로 학생문화예술관람료지원사업과 시립극단·오페라단 창단사업이 그렇다. 학생문화예술관람료사업은 대전에서 전국 최초로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관람비 2만 원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운영 메뉴얼, 예매시스템도 구축하지 않은 채 예산 12억 원을 들여 이달부터 시범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운영 방식, 메뉴얼은 연말이 돼서야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다. 홍보도 미비해 시범사업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도 사업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지원사업인 마냥 인식하고 학생들을 공연장까지 이끌고 갈 교사들과 수혜자인 학생들조차 금시초문이란 반응이다.
시립극단·오페라단 상황도 비슷하다. 그동안 연극계 의견 차로 지지부진했던 만큼 시는 속도를 내 시립극단·오페라단 창단을 위한 법적근거를 담은 시립예술단 조례 개정안을 9월에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문제는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게 불 보듯 뻔하지만 이견을 무시하고 제대로 된 조사와 계획도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시립오페라단의 경우는 더 심하다. 시립오페라단이 왜 필요한지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난 5월 정책토론회가 열린 이후 단 한 차례도 공청회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맡긴 것도 아니었다. 결국, 이 사업은 지난 회기 때 시의회에서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너무도 뻔한 결과였다.
이들 사업을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민들의 혈세로 추진되는 만큼 졸속 추진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심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취지대로 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수혜자인 그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대전시소'라는 시민 공론장 플랫폼은 왜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지역의 공연장, 전시장 환경은 어떤지, 오페라 관람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 시 자체적으로 조사도 해보고 전문가, 여러 문화예술인의 의견도 경청해 설계부터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대전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문화정책으로 문화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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