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수 |
자연적 환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 드라마와 달리 오징어 게임은 정교하게 설계된 내부 장소에서 벌어지는 내용으로, 현대 문명이 가진 법과 문화 안에서 벌어지는 생존게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놀이터를 만든 설계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제안된 장소에서 생존을 위해 줄서기 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려내고 있으며, 규범과 예절로 뒤덮인 현대사회 안에서 솟아나는 폭력과 이기적인 본능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처절한 생존 투쟁 안에서도 인간의 배려와 우정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도 그려내고 있다.
내가 만약 456번 아저씨였다면 어떠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보다 더 혹독한 삶과 죽음의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가할 수 있었을까. 조직 사회에서 인간은 팀 구성원을 잘 선택하고 그 안에서 동조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소위 사회적으로 ‘왕따’가 되는 것보다 더 큰 공포와 불안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차별적 시선과 사회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 올바르지 않은 팀을 구성하거나 게임의 규칙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게 된다.
물질적으로 실패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이 사회 안에서 서로를 이용하고 비난하도록 게임을 설계한 ‘대장’은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따끔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설득력 있고 인기가 많은 것으로 이해된다.
팬데믹 시대를 이용하여 불안을 조성하고 있는 정치적 플레이어들은 ‘불안 마케팅’을 사용하고 이에 동조하는 거대 언론과 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오징어 운동장에서 국민들의 불만을 최고조에 이르게 하고 있다. 땅 투기와 이를 비호하는 세력들은 사회적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이는 국가적 이익과는 상반되는 개인적 이익과 집단의 이기적 플레이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려 있는 정보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의식은 잘못된 시스템에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은 잘못된 결과를 얻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인간의 생존 본능과 이기적인 습성을 나타내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타적인 행동을 보여야만 생존하고 불안의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고 가르치는 심리학적이고 윤리적인 교육을 통해 인간이 지구 상에 나타난 이후로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 무리의 우두머리는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부하의 먹이를 빼앗지 않는다고 한다. 스스로 얻은 먹이를 인정하는 것이 무리를 유지하고 모두를 위한 생존 방법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구글의 사내 시스템 중에는 ‘오지랖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한 부서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업 내용을 타 부서에 오픈하고 이를 해결해준 부서에 꽤 큰 금액의 감사쿠폰을 지급한다. 이는 이타적인 협동이 진화론적 생존의 가장 큰 방법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인간은 습관적으로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 목적 없는 수다, 고독의 즐거움도 알게 하는 먹방, 감사의 마음을 통한 배려,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한 만족감 등을 통해 불안의 시대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오늘은 여유롭게 456번 아저씨가 입었던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달콤한 달고나 라떼를 먹으며 가을의 깊은 하늘을 만끽해보면 어떨까 /이준원 배재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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