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황금비율 칠대일' 교육프로그램 진행 모습 |
보통 미술관을 생각하면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품을 관리하는 학예사가 떠오르지만 학예사 만큼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구성원이 있다. 바로 '에듀케이터'다. 에듀케이터는 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최근 미술관이 관객과 상호 소통하며 공동체적 발전을 추구하는 만큼 관람객과 가까운 위치에서 미술관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에듀케이터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에듀케이터 이수연 씨는 3년 전부터 미술관에서 교육과 어린이전시프로그램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이 씨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고 말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 씨는 미술관에 관심이 생겨 졸업 후 2년간 홍성 '이응노생가기념관' 창작스튜디오에서 근무했다. 창작스튜디오에 거주하던 예술가들과 지내며 홍성주민들과 예술가를 미술로 잇는 일을 했던 이 씨는 자연스레 에듀케이터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다양한 주민과 만나면서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꼈다"며 "예술을 낯설어했던 주민들이 예술가와의 창작 활동을 통해 만남을 이어가는 것에 뿌듯함을 느껴 시립미술관에서 에듀케이터로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전시립미술관 '황금비율 칠대일' 교육프로그램 진행 모습 |
에듀케이터로서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전시를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선 미술관에 어떤 동기를 갖고 방문했는지 누구와 왔는지 어떤 유형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초등학생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비율을 주제로 한 '황금비율 칠대일'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학생들에게 쉽게 미술 조형 요소인 색, 형, 비례를 설명해주기 위해 고민하던 그는 아티스트들에게 작품을 추천받아 현대미술의 비례를 눈으로 감상하고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씨는 "보호자들이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기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19 여파로 찾아오는 관객이 줄고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씨는 "작품은 실제로 감상해야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오는데 처음에는 화면을 통해서 어떻게 감동을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한편으로는 미술관에 한 번도 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미술관 전시와 미술 작품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수연 에듀케이터, 대전시립미술관 생활문화센터 가온누리실에서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
이 씨는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사람들이 전시장에 모일 수 있다면 시니어를 위한 교육, 그리고 어린아이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개방형 수장고 개관식을 앞둔 만큼 그의 역할은 더 막중해졌다. 시립미술관은 방대한 양의 소장품과 보존·연구 모습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개방을 앞두고 그는 사람-사람 작품-사람 사이의 상호 소통의 공간이 되기 위해 교육자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 씨는 "우리에게 예술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며 "미술관 교육으로 많은 분들을 예술 속으로 초대할 테니 저마다의 삶 속에 새로운 가능성을 틔우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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