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대동초 양성평등주간 추천도서 문예행사. |
학생 간 혹은 교사 간, 교사와 학생 간 성차별적 관행은 여전히 학교에 존재한다. 성별갈등과 왜곡된 성 의식·문화를 바로잡는 일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세종시교육청은 차별과 편견을 탈피하고,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한 주를 양성평등주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세종의 학교들은 학년별 양성평등 관련 교과 내용을 연계해 교육을 실시하고, 조직문화를 진단해 우수 운영사례를 찾아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학부모와 함께, 교원의 역량을 한층 높인 양성평등 교육주간 프로그램을 운영한 세종의 학교 세 곳을 소개한다.
◆조치원대동초, 초성퀴즈·전교학생회 토론 등 전교생이 적극적 참여
조치원대동초는 초성퀴즈 추천도서 문예행사, 젠더온 양성평등 공모전 참여, 전교 학생회 양성평등 토론 등을 진행했다. 3학년 130명 대상 전문강사 대면교육과 학급별 담임교사 교육도 함께했다.
지난해 양성평등 현황조사 결과 '우리학교 학생들의 양성평등 의식 수준이 높다'는 응답이 학생과 교직원 모두 96.8%에 달했다. 다만 최근 사회적 성차별과 성별혐오, 디지털 성범죄 등이 증가하며 학교 내 왜곡된 성인지와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예방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차별없는 양성평등 교육주간'에 역점을 뒀다.
조치원대동초 양성평등주간 전교학생회 양성평등토론. |
대동초는 젠더온 양성평등 공모전에도 참여했다. 학급별 또는 학생 개인적으로 참여를 원할 경우 공모전 양식에 따라 그림을 그려 보건실로 제출, 보건실에서 접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출한 26개 작품을 전국대회에 제출했고, 공모전 종료 후 학교 내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3학년 대상 자신의 책가방과 '클로에, 무슨 일이야?' 도서를 통해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해 학습하는 전문강사 대면 교육도 준비했다. 전교학생회 양성평등 토론을 통해 각 반 학생회장과 부회장, 반장, 부반장이 모여 그달의 안건으로 다뤘으며, 양성평등 생활규칙 만들기에 대한 의견을 정하고 전시하는 방식으로 '남녀 구분하지 않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하기, 친구들에 배려와 존중하기' 등의 내용이 권고됐다.
김규리 보건교사는 "아이들이 평등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라며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성 인식을 심어주며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한솔초 학급별 담임교사 양성평등교육 학습지. |
한솔초 역시 교육과정과 연계한 양성평등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남녀 모두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충분히 계발해 평등한 인간으로서 자아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적이다. 또한 이성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학교문화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지난달 20~24일 진행된 전교생 대상 문예행사에는 102명이 참여해 가정과 학교, 사회 등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글을 쓰도록 했다. 생활법조문을 직접 작성하거나 사행시를 지어보며 실천의지를 다지는 형식이다.
한솔초는 종이봉지 공주, 슈퍼영웅 지침서, 힘차게 춤추듯이 일하는 여성, 분홍 원피스를 입을 소년, 뜨개질하는 소년 등 양성평등 관련 도서 목록을 도서실에 비치하고 책을 읽도록 유도했다. 남자 주인공을 여자로, 여자 주인공을 남자로 바꾼 후,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경우 그 이유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시간도 가졌다. 교내 양성평등 그림 그리기 행사에는 175명의 학생이 참여해 우수작품을 게시판에 게시했다.
담임교사들은 동영상 시청 교육을 진행하고, 학부모는 가정통신문을 통한 교육을, 교직원은 교육자료 배부를 통한 연수를 통해 남녀가 평등한 학교운영, 바른말을 사용해 솔선수범하기 등의 인식을 제고했다.
채민영 교사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올바른 자아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됐다"라며 "양성평등 문화조성을 위한 학교와 가정, 사회간 협조체제 구축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솔초 양성평등교육주간 추천도서 행사. |
세종시 다솜로에 자리한 연세초는 지난달 6~10일 5·6학년 177명 대상 성평등 삼행시 짓기 문예행사를 마련했다. 제시어는 양성평등, 성평등, 성역할 등으로 3행시, 4행시 등을 통해 우수 학생에 문구류 상품을 제공하고 예술상상터 등 교실내외 공간에 게시했다.
학생 전문강사 대면교육은 1~4학년 374명을 대상으로 성인권과 양성평등교육을 주제로 진행됐다. 교원에겐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지원 전문강사의 대면특강과 컨설팅도 이뤄졌다. 성인지감수성을 갖춘 교원역량강화와 양성평등한 학교의 실제적 운영방법을 다뤘다.
아울러, 학급별 담임교사 양성평등교육을 전교생 553명 대상으로 운영하고, 동영상 PPT, 활동지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도 병행했다. 또한 젠더온 양성평등교육자료 공유와 활용방법을 안내했다.
연세초의 학부모들에겐 연수자료를 통해 교육이 진행됐다. 양성평등 부모점수 알아보기와 가정에서의 실천방법 등을 주제로 학교 홈페이지와 학교종이를 발송했다.
지난해 현황조사 결과 학생이 학생을 상대로 한 성차별이 있는 것 같다는 응답이 11.6%로 나타났다. 남학생만 시키거나 같은 행동을 해도 여학생은 봐준다 등의 사례들이 제시됐다.
조현숙 보건교사는 "양성평등 교육 주간은 배려와 존중의 학교문화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학생들엔 삼행시 짓기 등 문예행사를, 학부모에겐 실천방법 제시를, 교사들은 대면·비대면 교육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세종=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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