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1강 삼찬반상(三饌飯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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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1강 삼찬반상(三饌飯床)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10-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91강: 三饌飯床(삼찬반상) : 한 그릇의 밥과 세 가지 반찬으로 된 밥상

글자 : 三(석 삼), 饌(반찬 찬), 飯(밥 반), 床(상 상/밥상, 책상 등)

출전 :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일기, 정비석의 퇴계 일화선(退溪 逸話選)

비유 : 고고하고 검소한 선비정신과 그 교훈(敎訓)을 받아들일 줄 아는 명현(名賢)



*본 내용은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에 올려진 내용을 취(取)하여 약간의 각색을 거치고 제목을 제 나름대로 붙여 만든 내용임을 사전에 밝힙니다.

퇴계(退溪)선생하면 우리는 서슴지 않고 조선에 으뜸가는 선비요, 만대로 추앙받는 대학자임을 자임한다.

또한 권율(權慄)장군하면 이순신과 더불어 조선을 살린 조선의 제1의 병법가요 장군임에 틀림없다. 그의 아버지는 권철(權轍)로 영의정을 지낸 조선의 명현(名賢)이다.

쌍취헌(雙翠軒)이라는 호(號)를 가진 권철(權轍)은 퇴계 선생과 동시대의 학자로서, 명종(明宗) 때에 영의정(領議政)벼슬까지 지낸 명현(名賢)이다. 쌍취헌 권철은 지인지감(知人之鑑)이 남달라, 잠시 불량배활동을 하던 이항복(李恒福)의 사람됨을 알아보고는 온 문중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혼자 우겨서 그를 아들 권율(權慄)의 사위로 곧 본인의 손녀사위로 삼은 유명한 일화를 지닌 강직한 분이시다.

쌍취헌(雙翠軒)이 영의정으로 재직 시, 평소에 추앙해 오던 선생을 만나보고자 선생이 계시는 안동(安東)으로 몸소 찾아간 일이 있었다. 그 당시의 관례로는 있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쌍취헌은 관리나 벼슬직위에 관계치 않고 대학자이신 선생을 친히 방문했던 것이다. 이에 선생은 예의를 갖추어 영의정을 영접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하여 두 학자는 기쁜 마음으로 학문을 토론하였다.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그 다음 식사 때가 큰 문제였다.

저녁때가 되어 저녁상이 나왔는데, 밥은 보리밥에다 반찬이라고는 콩나물국과 가지 무친 것과 산채 한 가지 뿐으로, 고기라고는 북어 무친 것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선생은 평소에도 제자들과 꼭 같이 그런 보리밥에 야채반찬 세 가지로 식사를 해 왔는데, 상대방 손님이 영의정 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식사를 내왔던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진수성찬만 먹어 오던 영의정 쌍취헌에게는 그 보리밥과 소찬(素饌)이 입에 맞을 리가 없었다. 그는 도저히 그 밥을 먹어낼 수가 없었는지 몇 숟갈 뜨는 척 하다가 그대로 상을 물려 버렸다.

그러나 선생은 모르는 척 하고, 다음날 아침에도 그와 꼭 같은 음식을 내 놓았다. 쌍취헌은 이날 아침에도 그 밥을 먹어낼 수가 없어서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몇 숟가락 떠먹고 나서 상(床)을 그냥 물려 벼렸다.

주인이 선생이 아니라면 밥투정이라도 했겠지만, 상대가 워낙 스승처럼 추앙해 오는 고명한 퇴계(退溪)이다 보니, 음식이 아무리 마땅치 않아도 감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태가 그렇게 되고 보니, 쌍취헌은 더 묵어가고 싶어도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 더 묵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일정을 앞당겨 다음 날 부랴부랴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쌍취헌은 작별에 앞서 선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찾아뵙고 떠나게 되니 매우 반갑소이다. 우리가 만났던 것을 깊이 기념하고자 하니 선생은 좋은 말씀을 한마디만 남겨 주시지요."라고 하자 선생은 "촌부(村夫)가 대감께 무슨 말씀을 드릴 것이 있겠나이까. 대감께서 모처럼 말씀하시니 제가 느낀 점을 한 말씀만 솔직히 여쭙겠나이다." 선생은 그렇게 전제하고 옷깃을 바로 잡으며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대감께서 원로에 누지(陋地)를 찾아 오셨는데, 제가 융숭한 식사대접을 못해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감께 올린 식사는 일반 백성들이 먹는 식사에 비하면 더할 나위없는 성찬이고, 백성들이 먹는 음식은 깡 보리밥에 된장찌게가 고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감께서는 그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제대로 잡수시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저는 이 나라의 장래가 은근히 걱정스러웠습니다. 무릇 정치의 요체(要諦)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 있사온데, 관(官)과 민(民)의 생활이 그처럼 동떨어져 있으면 어느 백성이 관의 행정에 심열성복(心悅誠服)하겠나이까?"하고 아뢰었다.

이 말은 폐부(肺腑)를 찌르는 듯한 충언(衷言)이었다.

선생이 아니고서는 영의정에게 감히 말할 수 없는 직간(直諫)이었던 것이다. 이에 쌍취헌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수그렸다.

"참으로 선생이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도 들어볼 수 없는 좋은 말씀입니다. 나는 이번 행차에서 큰 교훈을 얻고 깨달은 바가 많아, 돌아가면 선생의 말씀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영의정 권철은 선생의 충고를 거듭 고마워하였다. 그리고 권철은 돌아오자 만조백관들을 불러놓고 선생의 말을 전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그날부터 생활을 일신(日新)하여,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 한다.

우리는 이렇게 훌륭한 조상을 둔 탁월한 민족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실태는 어떠한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서도 서로에게 떠넘기려는 파렴치(破廉恥)한 언동(言動)이 지도자들 간에 부끄러움 없이 자행된다.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어찌 이렇게 부끄러움이 없을까? 일단 정권을 잡고보자는 식이다.

국민들의 시각은 또 어떠한가. 진위를 가리기는커녕 편으로 갈라져 싸움에 동참하고 서로를 비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고도 하늘에서 내리는 복(福)받기를 원하는가?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복은 깨끗하고, 검소함에서 생긴다(福生於淸儉/복생어청검)'라고 했다. 이제 부정부패의 실체가 드러남의 시작인데 나중에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 나오면 그때는 모두 감옥에라도 갈 것인가?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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