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은행잎과 달리 다 익은 은행은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건 은행의 구린내 때문이다. 마치 청소하지 않은 화장실처럼 역겨운 냄새가 고약하므로 은행나무 곁을 지나는 행인은 남녀노소 모두 코를 막아야 한다.
더욱이 바람이 불면 후두둑 떨어지는 은행 열매는 주차해둔 자동차에 흠집까지 낼 정도로 딱딱하다. 그럼 은행 열매에서는 왜 구린내가 나는 걸까? 은행의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리는데 고약한 냄새는 겉껍질의 과육질에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nkgoic acid)'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지독한 이 냄새와 더불어 은행 열매를 만지면 피부가 가려워서 사람 외에 다른 동물은 은행 열매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이에 대한 민원이 잦은 은행 암나무를 벌목하는 장면이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고약한 냄새로 인해 '공공의 적'이 된 것은 어디 비단 은행나무뿐일까.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천화동인(화천대유 관계사) 실소유주들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아 세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또한 겨우(?) 6년간 취업했던 모 당 의원 아들은 퇴직금으로만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더욱 기가 막혔다. 과연 이들은 무슨 짓을 했길래 소액투자만으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신의 한 수' 경지까지 올랐던 것일까.
이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또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그야말로 투기의 귀재 면모까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는 많은 국민을 절망의 골짜기로 내몰았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는 견딜 재간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런 참담한 현실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고 마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식으로 불로소득의 달콤한 과실을 나눠 갖고 먹었다. 화천대유의 수상한 돈 잔치와 흐름은 요지경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김 모씨 아내와 누나는 화천대유의 자회사 격이자 투자사인 천화동인에 각각 872만원을 출자하고 무려 101억 원씩을 배당받았다고 알려졌다. 1046만 원을 투자한 지인은 121억 원을 받았다.
남 모 변호사는 8700여 만 원을 넣고 1007억 원을 챙겼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회사였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화수분의 돈벼락을 맞았단 말인가! 이들의 '복마전'에는 내로라하는 정치권과 법조계 유력 인사들까지 줄줄이 관련돼 있어 국민적 의구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들이 이러는 사이 대다수 국민들은 사상 최악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전셋집 고갈 등의 악재를 맞아 숨이 넘어가며 휘청거렸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른 자업자득의 예정된 비극이었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 우리 국민은 이른바 'LH 사태'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터였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죽을 문턱까지 도달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정부의 방역지침을 여전히 준수하면서 재기의 날을 모색해왔지만 이제 그런 꿈조차 버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것이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의 실체였단 말인가? 설령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국민이 절망하게끔 만들어선 안 된다.
은행 열매보다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는 천화동인과 화천대유에 대한 발본색원(拔本塞源) 차원의 특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냄새 지독한 은행나무는 벌목(伐木)이 답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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