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디지털팀 기자 |
그 당시에는 왜 어른들이 공감하고 열광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나도 같이 공감하고 즐거워하던 그들 중 하나가 됐다.
이 생각을 깨닫게 된 나이는 참으로 어린 17살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유독 항상 1등급을 받았던 과목이 있었는데, 어느날 한 문제 차이로 친구에게 밀려 만년 2등으로 불려야 했다.
꾀를 부려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1등 친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1년 내내 단 한번도 1등을 해보지 못하고, 항상 그 친구의 그늘 아래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내야 했다.
그 친구를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과 부담감은 나를 점점 옥죄어 왔고 그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10등 밖으로 밀려났던 적도 있다.
이렇듯 순위 1등을 하지 못해 주목받지 못하고 밀려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스스로도 너무 잘 안다.
이러한 순위 경쟁은 운동선수에게 그 잣대가 더 심하다. 모든 것이 숫자로 기록되기 때문에 3위권에서 벗어나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은 주목 받을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운동 선수들이 순위로 평가를 받는 것은 잘못 된 것이 아니고 숙명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고 아쉬운 성적을 보여준 선수들이 무능하냐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그들도 분명 수 많은 시간 동안 끝없는 노력을 해왔을 것이고 내가 겪었던 것 보다 몇배는 더 한 부담감을 떠안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과 국민들은 수 많은 시간 동안 그들의 노력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순위에만 초점을 두고 그들을 질타해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일례가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이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조명받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순위을 벗어나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높이뛰기의 우상혁, 여자 배구단, 배드민턴 여자 복식의 신승찬, 이소희 등 이번 올림픽에서 단 1개의 메달을 얻지 못했지만 국민들은 이들을 향해 뜨거운 격려와 박수갈채를 건넸다.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이들이 보여준 노력과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긍정적인 모습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더이상 초라한 4등이 아닌 빛나는 4등이 된 것이다. 이제는 메달 획득보다 그들이 보여주는 열정에 더 큰 환호를 보내며 국민들의 의식이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7점을 맞춘 안산 선수에게 "최악이다"라는 평을 남긴 한 캐스터에게 수 많은 사람들은 질타를 남겨 결국 사과문을 올려야 했던 사건도 있다.
물론 메달 획득도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지만 더 이상 이것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향한 시각을 변화해야 할 때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얼마나 더러운 세상인지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한 선수들에게 언제든 박수를 건넬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할 때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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