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촌은 2만 22760㎡(6890평)에 달하는 규모인데, 그 옛날 부촌이라는 명성은 사라지고 성매매 집결지라는 혐오 공간으로 슬럼화되며 시민이 접근을 기피하던 공간이다. 2014년 기준 49곳 업소가 있었고, 본격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마다 차츰 감소했다. 그러나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아주 더디게 그러나 집요하게 시설 폐쇄를 압박했고, 2021년 6월 3곳에서 7월 0곳으로 완전 폐쇄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전주시가 성매매 업소로 활용하던 공간을 지속 매입하며 공간 변화를 시도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대전역세권 도시재생 사업이 기존 건물을 활용하기보다 새로운 건물을 지어 거점 시설을 만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주 선미촌 초입은 기억의 공간이다. |
문화재생사업은 점진적 기능 전환 방식으로 전주시 7개 부서에서 10개 사업을 추진했는데, 거점공간 확보와 기반시설 정비, 여성자활지원, 성매매 업소 자진 폐업 유도이고,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완료한 것으로 도로와 골목길 정비, 소로 개설, 공동체 육성, 문화예술복합공간, 예술창작지원센터 조성이 핵심이다.
전주시가 거점공간 활용을 위해 매입한 곳은 총 7곳이다.
1호점은 '시티가든'이다. 선미촌 중심에 위치해 시민들이 오가며 쉴 수 있는 공원이다. 기억과 인권의 공간으로 선미촌의 상징적 의미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2호점은 '뜻밖의 미술관'으로 성매매 업소를 매입해 그 위에 새로 지은 문화예술복합공간이다. 지역 예술가들이 상시적 전시와 공연이 진행 중이다. 3호점은 '새활용센터 다시봄'이다. 이곳은 전주에서도 최대 규모 성매매 업소였는데, 내부 수리를 거쳐 지역특색을 살린 폐자원 제품 제작 및 판매, 전시하고 있다.
시티가든 집결지 중심에 있는 공원으로 인권과 기억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거점 공간이다. |
유리방 업소 내부 모습. |
유리방 업소는 리빙랭 또는 팝업스토어로 활용 중이다. 밖에서 보는 유리방과 안에서 바라보는 유리방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밖에서는 그저 하나의 공간이지만, 내부에서 보는 밖은 지나가는 사람의 움직임, 시선이 모두 느껴진다. |
6호점은 현재 공사 중인 '서로돌봄플랫폼'이다. 70년에 준공한 폐공가로 방치된 가옥을 매입해 3층 규모의 노인교실, 어린이놀이방, 작은도서관 등 주민생활공유 거점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7호점도 성매매 업소로 사용했던 오피스텔 건물로 현재는 '예술협업창작지원센터'가 됐다. 카페, 전시공간, 워킹스페이스, 창작레지던시, 공유공간 등 시민과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예술공간이다.
3호점 새활용센터 다시봄, 이곳은 전주에서 가장 큰 성매매 업소였다. 현재는 환경부 공모사업을 통해 재활용을 아이템으로 전시와 판매, 제작 등이 이뤄지는 리사이클링 공간으로 변화했다. |
3호점 다시봄 센터 내부에 층계마다 당시 업소의 모습 사진을 남겨놨다. |
전주 선미촌하면 대표적인 유리방 업소가 있던 곳인데, 전주시는 이 공간도 예술공간으로 싹 틔웠다. 올해 4월부터 빈 업소를 임대해 팝업스토어 또는 예술가 지원으로 문화창작 활동이 가능한 리빙랩으로 7개 공간이 활용 중이다.
한 리빙랩 입주 예술가는 "성매매가 이뤄졌던 유리방이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곳에서 작품을 하고 있다 보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에 놀라서 감정이입이 될 때가 있다"며 "종종 여자들을 찾는 남성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는 거점시설과 리빙랩 사업으로 문화예술촌으로 차츰 변화를 유도하고 있고, 내년쯤에는 활성화 방안 용역을 통해 시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전주=이해미 기자 ham7239@
성매매 여성들을 상징하는 종이학. 군산 업소 화재 당시 여성들이 자유를 갈망하며 접은 종이학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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