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말 복고와 현 트렌드 결합, 새로운 패션문화 탄생
"앞으로 몇년 간 뉴트로 패션 유행할 것으로 예상"
대전 둔산동 한 옷가게에서 만난 김수연(24·대학생)씨는 청바지가 나열된 진열대 앞에서 여러 색상의 부츠컷을 꺼내들었다. 김 씨는 "인터넷에서 90년대 젊은 여성들의 사진이 떠돌고 있는데, 지금 90년대 패션이 가장 힙하다"며 "불편했던 스키니진 보다는 그때 유행했던 부츠컷이나 배기바지가 더 예쁘고 편안해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얼마 전까지 교복처럼 입던 스키니 청바지는 이제 모두 헌옷수거함에 버렸다.
90년대 말 여성들의 패션. 사진=연합뉴스 |
직장인 오혜린(50)씨는 얼마전 대학교에 입학한 딸이 사온 자켓과 치마를 보고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을 실감했다. 오 씨가 대학 입학시절 구입했던 짧은 자켓과 긴 치마가 딸의 쇼핑백안에 그대로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오 씨는 "젊었을때 입었던 옷들을 괜히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디자인이야 미묘한 차이가 나지만, 딱 우리 세대 유행했던 옷이라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집게핀과 곱창 밴드, 짧은 쟈켓과 부츠컷 등 X세대를 강타했던 90년대 패션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사이에서 '뉴트로(NEW+RETRO)' 패션으로 부활했다.
뉴트로 패션의 가장 큰 특징은 골반부터 발목까지 빈 틈 없이 꽉 끼는 스키니 바지 대신 통이 크고 밑단이 넓은 일명 '부츠컷' 바지다. 치마 역시 발폭이나 종아리를 덮을 만큼 길어졌다. 대신에 자켓은 허리에 겨우 닿을 만큼 짧아졌다. 옷 뿐만 아니라, 악세사리에서도 뉴트로 열풍은 거세다. X세대 아이콘으로 꼽히던 김희선의 곱창밴드와 집게핀은 MZ세대의 아이콘 블랙핑크 제니와 함께 다시 유행이 되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촌스럽게만 느껴졌던 세기말 패션이 가장 힙하고 세련된 패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90년대 말 여성들의 패션. 사진=연합뉴스 |
실제로 대전의 젊은 층들이 자주 쇼핑하는 곳인 은행동과, 둔산동의 보세옷가게와 악세사리 매장은 '뉴트로'패션으로 가득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길거리에 놓여져 있는 진열대에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모양의 집게핀과 곱창밴드 등 복고 악세사리들이 놓여져 있었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았는데 길거리에는 이러한 진열대들이 즐비해 있었고, 곳곳의 진열대 마다 물건을 고르기 위해 구경중인 젊은 여성들로 가게는 입구에서 부터 붐비고 있었다.
대전 은행동에서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최진(29)씨는 "예전에는 이런 악세사리들을 진열해 놔도 큰 관심을 얻지 못해 아예 팔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고 있어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하루에도 50개가 넘는 제품들이 팔리고 있어 우리 가게에서 가장 판매율이 좋은 제품"이라고 전했다.
대전 둔산동 길거리에서 집게핀과 곱창밴드 등 레트로 악세사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사진=김지윤기자 |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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