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광양회(韜光養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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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광양회(韜光養晦)

양동길 / 시인

  • 승인 2021-10-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칼이 칼집에서 때를 기다리듯,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들어내지 않고 실력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린다. 인내 하며 힘을 갈고 닦는다. 자신만의 필살기를 기른다. 효과를 배가시킨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비롯되었다. 천하통일의 꿈을 품은 유비가 여포에게 쫓겨 조조의 식객으로 있었던 적이 있다. 조조가 유비를 영웅으로 생각하고 극진히 대접한다. 한편으론 조심스럽게 살피며 시험한다. 유비는 밭일로 소일하며 일부러 몸을 낮추고 겁 많은 소인배로 보이도록 처신한다. 그로써 조조의 경계심을 푼다. 덕분에 조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어찌 보면 목숨을 건진 것이다.

이 말이 근대정치의 정책에 인용되면서 더욱 널리 알려진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1904.8.22. ~ 1997.02.19.)은 1980, 1981년 화궈평(華國鋒)이 총리직과 주석직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실권자가 된다. 수많은 공산주의 이론을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수용 혼합시킨다. 시장을 개방한다.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먼저였다. 흑묘백묘론, 즉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는 실용주의 경제노선이다. 타협·설득·합의를 통하여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개혁을 도모한다. 일본과 미국을 파트너로 삼아 장기간 연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덩샤오핑은 개방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중국에 안겼다. 사후지만, 중국은 마침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이때 그의 외교방침이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아직도 중국 외교정책 기저에 도광양회가 깔려있음을 본다.

어찌 하나로 중국 정책을 대변할 수 있으랴. 후진타오는 "평화를 유지하여 우뚝서자(和平屈起)"고 하였다. 시진핑(習近平)은 "할 일은 주도적으로 하자(主動作爲)"며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운다. 미국과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패권국가로 자리하겠다는 야망이다. 한 나라가 추구하는 이상이다. 아직 오만을 부리지 않지만, 많은 제재와 경계 대상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세계 3대 경제 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미국 경제규모는 우리의 13배에 달한다. 중국은 9배, 일본은 1.5배다. 적어도 일본에 앞설 때까지는 경제 발전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큰소리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략이 있어야 한다. 최고가 되어 축배를 들어도 늦지 않다.

한때는 '자기피알시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때로는 자기를 알릴 필요도 있으리라. 요즘엔, 말은 동일하되 의미가 '피할 것을 아는 시대'로 바뀌었다 한다. 소비를 전제로 한 상품 같으면 당연히 알려야 한다. 아무래도 광고에는 조미료가 쳐진다. 광고보다 더 좋은 것은 소비자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다. 입소문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공감, 좋은 댓글과 후기다.

말이 많다보면 실수를 한다. 빈 수레 소리가 크다. 소리가 크고 강하면 십중팔구 허장성세(虛張聲勢)다. 자칫 잘 못 알리면 自繩自縛(자승자박), 자업자득(自業自得)이 된다. 우리는 최근 몇 년 간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진퇴지절(進退之節)이다. 나아갈 때와 삼갈 때를 바로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양동길 / 시인

양동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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