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일보는 매주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드라마·영화 속 장소들을 소개하는 ‘거기 그곳’을 연재합니다. 촬영지로서의 매력, TV 속 색다른 모습의 장소들을 돌아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내부자들' 공식포스터. |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어때”. 이 남자, 작업 멘트가 이상하다. 몰디브 가서 모히또 한잔 어떠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니냐 싶지만 무슨 상관인가 싶다. ‘지금 여기, 우리, 그리고 로맨틱’한 분위기에 취해 여행에 몸이나 실어보련다.
▲스크린 오프 6년… 촬영지 인기는 문지방 닳듯=스크린에서 내려온지 6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대사 한마디. ‘몰디브 한잔’. 영화 ‘내부자들’이 얼마나 흥행했는지 가늠케 한다. 극 중 깡패 안상구 役을 맡은 배우 이병헌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소화했고 능글스러운 대사로 숱한 남성들의 입에 몰디브를 달고 살게 했다. 완벽한 복수극을 끝으로 막을 내린 영화 ‘내부자들’의 인기는 지금도 실감할 수 있다. 배우들에게 쏠렸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촬영장소로 옮겨갔다. 충북 단양 ‘새한서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제공=네이버 영화 |
극 중 힘없고 연줄 없어 승진에서 매번 밀리는 검사 우장훈 役을 맡은 조승우는 이병헌과 손을 잡고 대대적인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되는 기회를 잡았다. 큰일을 앞두고 부모를 찾아간 조승우.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그가 찾아간 곳엔 허름한 판잣집이 보인다. 불이라도 지폈는지 굴뚝에는 뿌연 연기가 하늘로 뻗쳤다. 허리를 굽혀 들어간 판잣집에는 헌책들이 빽빽하다. 습기를 머금은 오래된 책 냄새가 콧잔등을 스쳐 가고 작은 알전구가 책장 사이사이에서 흔들거린다. 땔감으로 쓰려는 건지, 쓰러질 것 같은 집을 받치기 위해 쌓아둔 건지 알 수 없는 장작들이 보인다. 검사가 되기 위해 몇백 번은 넘겼다 덮기를 반복한 법전도 눈에 보인다.
영화 '내부자들' 극중 촬영지 충북 단양 새한서점 전경/제공=새한서점 |
충북 단양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가 된 ‘새한 서점’. 보통 머리에 떠오르는 서점과 이미지가 달라 지나치기 쉽고, 산속 작은 길을 따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접근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경험’과 ‘색다름’을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SNS 업로드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를 잡아 인증 글만 1만건에 달한다. 서점은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고 오는 방문객들로 줄을 선다.
영화 '내부자들' 극중 촬영지 충북 단양 새한서점 내부/제공=한국관광공사 |
▲12만 권이 빼곡… 폐교 살려 이색 관광지로=1979년 영업을 시작, 12만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새한서점은 현재도 영업 중이다. 주로 대학교재, 전문 서적이나 원서 논문 자료 등을 취급하고 있다. 사실 새한서점은 옛 적성초등학교가 있던 곳으로 폐교를 살려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2002년 서울고대 앞에서 꾸려온 영업을 접고 단양으로 내려와 농촌의 작은 서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옛 학교 터가 넓어 교실 1칸을 농촌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급식실은 농촌활동이나 단체방문 손님들을 맞기 위해 주방 시설로 제공하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 극중 촬영지 충북 단양 새한서점 내부/제공=새한서점 |
산이 둘러싼 새한서점은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체험과 자연생태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이색 문화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서점 주위로는 금수산과 말목산 등 명산으로 꼽히는 산들이 자리 잡아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여행 묘미를 준다. 봄에는 푸른 이파리가 돋아나는 풍경, 여름에는 파란 잎들이 무성히 자라 서점의 지붕이 되어준다. 붉고, 노란 커튼을 다는 가을에는 단풍, 은행잎이 어우러져 독서의 계절다운 배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위 마을에는 감나무가 지천에 있어 감열매를 만날 수도 있다.
영화 내부자들 외에도 다른 작품들 촬영장소로 얼굴을 비춰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새한서점.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 도시와 소음에서 벗어나 책장 넘기는 소리와 자연이 주는 안락함을 찾으러 오는 이들로 서점이 가득 찬다. 독서를 즐길 때 예절은 ‘정숙’. 새한서점 역시 관광지 이전에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어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다른 이들을 배려해 정숙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편집부 박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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