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애 미술읽기] 자화상 - 모딜리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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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애 미술읽기] 자화상 - 모딜리아니

정경애 미술사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30 16:14
  • 신문게재 2021-10-01 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Portrait of Jeanne Hebuterne, Seated',1918년, 55 x 38 cm, Israel Museum.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에게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의 파리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라 부르는 이 시기에 피카소를 비롯하여 유럽의 젊은 예술가들은 큰 꿈을 품고 파리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몽마르트르나 몽파르나스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그들은 꿈을 키웠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 시기에 이들의 우상은 단연 세잔이었다. 세잔은 젊은 시절에는 실패한 화가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907년 열린 대규모 회고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이때부터 그들은 세잔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존경했으며, 세잔처럼 되고 싶어했다. 그중에서 피카소가 가장 먼저 세잔의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입체파를 만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세잔처럼 될 수는 없었다. 그 당시 어느 유파에도 소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성공과는 거리가 먼 듯 가난하게 살았던 화가들도 많았다. 그 중의 대표주자는 단연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였다. 그도 다른 예술가들처럼 대성공을 꿈꾸며 22세의 나이에 이탈리아에서 파리까지 왔지만,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다가 결국 36세로 생을 마감했다.

모딜리아니는 대표적인 미남 보헤미안으로 소문이 났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고, 나쁘게 말하면 방탕한 생활 그 자체였다. 예술가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울분을 술과 연애로 잊고자 했고, 나날이 건강을 악화시켰다. 그럼에도 그의 곁에는 워낙 잘 생긴 용모 탓인지 언제나 여성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주로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림 속의 여인들은 대부분 눈동자가 없고, 그래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모딜리아니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모딜리아니의 예술 세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은 추상 조각 길을 연 조각가 브랑쿠시였고, 그는 아프리카 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따라서 가늘고 긴 얼굴, 사슴처럼 기다란 목, 눈동자 없는 눈 등 모딜리아니 특유의 초상화는 브랑쿠시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 모딜리아니와 동거했던 잔 에뷔테른이 물었다. "당신이 그리는 제 얼굴엔 왜 눈동자가 없나요?" 모딜리아니는 답했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리겠소."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눈동자가 생겼다.

모딜리아니는 그림 속에 인간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담고자 했다.

눈은 인물의 영혼과 통하는 창이자 인물의 내면을 화폭에 담아내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영혼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이 되면 눈동자를 그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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