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정치행정부 기자 |
"어쩌다 여기까지 학교를 왔니?"
대전으로 치면 동구의 끝자락에서 대전시청 근처 고등학교 다니는 정도. 나의 모교인 고등학교는 신도심의 중심부 근처였다. 그곳에서 나는 섬에서 온 아이 취급을 받았다. 두 자치구는 같은 지역 내에 있음에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신도심과 원도심의 간극이었다.
최근 이사를 했다. 고향 친구들은 우리 집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사진을 찍었다. 너무 어둡고 가로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건 행정기관에 강하게 항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내가 주거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조용하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소음에 유난히 민감한 나는 되도록 조용한 곳을 원했다. 그렇다 보니 주변 상권이 발달하지 않고 노후 주택이 많은 원도심을 떠돌 수밖에 없었다.
8년 동안 동구와 중구, 대덕구까지. 원도심은 모두 살아본 마스터가 됐다. 남들이 봤을 땐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곳만 전전하는 것으로 보일지언정 말이다. 고향에서부터 원도심에서 자란 나는 대전에 와서도 신도심의 매력을 모른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신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원도심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일 거다.
대전시를 비롯한 각 자치구는 원도심과 신도심의 틈을 없애겠다고 항상 노력 중이다. 꽤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던 것 같다. 매번 이사할 때마다 "이해가 안 되는데, 왜 매번 이런 곳으로 이사해?"라는 지인들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내 착각이었다. 행정당국은 원도심의 주거환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 원도심의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이유엔 역세권이 아니고 교통편이 좋지 않고…. 각종 변명이 붙지만, 결국엔 그곳을 선택한 대전시민의 탓이 된다. 원인엔 행정을 이끄는 각 단체장의 이해심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원도심에서 불편하게 살아본 기억, 원도심에 산다는 게 불편하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삶, 섬에 사는 아이가 되어본 적을 이해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식주(衣食住). 예로부터 현재까지 '살기 좋은 곳'의 기준은 주거환경이 크게 차지한다. 주거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른 조건까지 자연스럽게 질이 낮아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원도심까지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선 주거부터 개선해야 한다. 모든 정책엔 기본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과 이해 없는 제도는 세상을 뒤바꿀 수 없다. /김소희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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