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광 소장 |
당시 미국에서는 왜 그가 알래스카의 야생 속 버려진 버스 안에서 바짝 마른 모습으로 발견됐는지 크게 이목을 끌었었다. '아웃사이드'지의 요청으로 이 사건을 기사로 쓴 산악인이자 작가인 존 크라카우어는 이후 1년 넘게 취재해 '야생 속으로'라는 책을 냈다. 크라카우어는 그가 버스 안 나무판에 새겨놓은 기록과 그의 가족, 친구,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가 읽은 책, 그의 일기, 편지, 메모 등을 파고들어 이 청년의 마지막 여정과 죽음을 진실과 가깝게 책에 담아냈다.
매캔들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늘 부모의 다툼과 폭력을 보며 자랐다. 첫 번째 가족회의에서 엄마 아빠는 그와 여동생에게 이혼할 테니 누구와 살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부모는 결국 이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툼과 가족회의는 계속됐고, 그때마다 아이들은 고통에 시달렸다. 이후 그와 여동생은 매사에 "좋을 대로 하세요"라며 감정을 속이며 살게 됐다.
매캔들리스는 부모가 원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식에서 벗어나고 몹쓸 문명에 더는 물들기 싫어 그동안 모은 24,000달러를 빈민구호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 돈 전부를 불에 태워 없애버린 후 배낭 하나에 의지해 서부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타고 다니던 고물차마저 버리고 히치하이크로 애리조나 사막을 거쳐 점점 더 야생으로 들어간다.
병든 사회를 탈출해 그냥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기를 원했던 청년은 마침내 늘 마음속에 그리던 대자연 알래스카로 들어간다. 의도적으로 시계도 지도도 없이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세상에서 탈출한 그는 홀로 야생을 헤매다가 마법의 낡은 버스를 만나 눌러앉게 된다. 매캔들리스는 그토록 원했던 자연에서 원시적인 환경에 맞서 살아가면서 진정한 자유를 얻었을까?
먹을 것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매캔들리스는 세상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강물이 불어나 돌아가지 못하고 야생에 갇히게 된다. 그는 완전한 고립 속에서 비로소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113일 동안 생존했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고 죽은 지 2주 후에 매직 버스 안에서 발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1년 반 동안 지속하면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그 시기에 필요한 교감과 소통 부족으로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오죽하면 최근 미국에서는 소를 껴안아 위로를 받는 '소 껴안기'가 유행하고 있을까.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친구들을 못 만나고, 부모하고는 오랜 시간 붙어 지내며 티격태격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도 부모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도를 넘는 말이 튀어나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결국은 아이가 입을 닫아버리는 안타까운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친 아이들은 자기 방이 마치 매캔들리스의 매직 버스인 양 스스로를 가두고 현실에서 도망치려 애쓰고 있다.
이 시대의 가장들은 바깥일이 힘들어도 내색을 못 하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TV 속 자연에 빠져들고, 바쁜 가정일과 아이들과 남편의 뒤치다꺼리에 지친 아내들은 '해방타운'의 장윤정이 여유롭게 모닝커피 마시는 장면에 빙의하며 힘든 시기를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코로나의 압박은 엉뚱하게도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을 자기 안에 가두거나 가상의 세계로 내몰고 있다.
매캔들리스는 서부 여행 중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가족의 정을 느끼고 부모와는 해본 적이 없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만, 삶의 기쁨을 인간관계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며 과감하게 떠난다. 독풀을 잘못 먹고 기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매캔들리스는 즐겨 읽던 책에다 한자씩 눌러서 마지막 글을 써내려간다. "행복은 함께 나눌 때만 현실이 된다고."
코로나 시기에도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 행복이 멀리 사라지지 않도록 내 사랑하는 가족부터 껴안아 주자.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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