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폐섬유증은 폐활량 감소 속도를 늦추는 약제개발이 이뤄지면서 희망을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증상과 진단=폐가 서서히 굳어지는 폐 섬유화 현상을 겪게 되는 질환을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광산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장기간 석탄가루를 흡입하고 돌가루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폐 질환에 걸리는 것처럼 발생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반대로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발생한 것을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마른기침과 호흡곤란이 주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폐활량이 감소하여 서서히 호흡장애에 이르는데, 비교적 안정적인 경과를 보이다가 급성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일부 환자들은 진행이 처음부터 매우 급격하여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년 동안 매우 안정적인 상태로 지내는 환자도 있다. 학회의 진단기준을 따르며, 흉부 CT 검사와 폐 기능 검사, 면역 혈액검사 등을 시행하고, 이들 소견이 기준에 부합하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치료=특발성 폐섬유증은 수술로 치료하는 질환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폐 이식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질환 말기나 산소치료를 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됐을 때 폐 이식 수술이 유일하다. 그러나 폐 이식 성공률은 간이나 콩팥 이식보다 낮다. 그래서 약물치료가 중요한데 스테로이드제나 항산화제, 면역조절제, 산분비 억제제 등의 약물을 사용한다. 이 경우도 일부 환자에게 효과를 보일 뿐 전체 환자를 두고 보았을 때는 폐 기능 호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없어 사망률을 낮추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환자의 폐활량이 감소하는 속도를 늦춰주는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됐고, 손상된 폐의 기능을 회복할 순 없어도 남은 폐 기능을 보존하는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의료계는 지난 2013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두 종류의 약물이 주로 사용해 폐 섬유화 속도를 50%가량 늦추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치료제 개발 속도=국내 기업 중에서는 대웅제약·한미약품·브릿지바이오 등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 작용을 감소시켜 폐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DWN12088'을 개발 중인 대웅제약은 호주에서 진행한 임상 1상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바이오 신약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LAPSTriple Agonist)'는 최근 미국 FDA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BBT-877'의 임상 2상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정인범 교수 |
건양대병원 정인범 교수는 "만일 질병의 초기에 미리 제어한다면, 환자의 생존 기간을 충분히 연장할 수 있고, 두 가지 약을 동시에 투약하거나 다른 (새로운)치료 약제와 병합한다면, 질환의 경과를 완전히 멈출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개발된 새로운 항섬유화제는, 아직은 작은 도구이지만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면 특발성폐섬유증을 상대하는데 큰 성과를 이룰 것이다"라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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