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정부가 불과 20일을 앞둔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를 대학·일반부를 제외한 고등부만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출전을 준비해 온 선수와 지도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체전의 개최로 국가 전문체육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통해 국제체육대회의 상위 기량 유지는 물론, 선수들의 실업팀 진출 평가를 정당하게 받는 자리인 전국체전 대학·일반부 개최가 취소됨에 따라 선수들의 취업기회 박탈은 물론 초·중·고·대학을 거치며 십 수 연간의 노력을 해 온 것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방역의 어려움은 당연히 있겠지만, 올림픽도 개최된 마당에 방역 소홀의 피해를 고스란히 선수들에게만 떠넘기는 면이 있어 정부와 체육계의 각성이 필요하다.
전국체전은 100년이 넘게 개최돼 오면서 일제강점기(1938년~1944년)와 한국전쟁(1950년) 때 말고는 개최되지 않은 해가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주요 국가행사였다. 특히 일제 강점기의 항일투쟁과 함께 우리 민족의 대동단결을 이끌어 준 국가발전의 커다란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전국체전 미참가로 집행되지 않은 시·도체육회와 일선 학교, 각 팀에 지급된 체전경비를 회수하도록 통보하고 있어 체육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협의의 여지를 두고 있다지만 그런 발상 자체가 매우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 전문체육팀은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정상적인 대회 출전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말 어렵게 팀을 유지하고 있고, 각 협회도 대회개최의 어려움 속에서 어렵게 어렵게 협회를 꾸려가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 사회의 모습이 대량 폐업과 실업, 기업과 가정의 어려움이 폭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문체육 선수들도 하루하루 조여 오는 생계와 진로 현실에 대한 고민이 증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다. 초·중등학교에서는 2년간의 정체기로 선수 발굴 및 선발의 어려움으로 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에 있다.
이런때일수록 문체부는 전문체육 인력을 다독이고 이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선수와 팀의 경기력을 높이는 방안과 재정지원이 강화돼야 할 터인데, 정부는 가뜩이나 적은 지원을 어렵게 쪼개고 아껴가면서 겨우겨우 출전경비에 보태려던 훈련지원금을 회수한다는 조치에 체육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체전에 출전하지 못했더라도 하반기 개최대회에 출전해야 하고, 실업팀 진출을 목전에 둔 선수 입장에서는 체전을 개최하지 않는다고 해도 훈련을 쉴 수 없다.
문제는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도쿄올림픽 출전 성적에 대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금6·은4·동10' 한국, 도쿄 올림픽 종합 16위. 4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도 정부는 사과와 반성은 커녕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총 메달 수 중국 88개(2위), 일본 58개(3위), 한국 20개(16위).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제라도 정신을 좀 차린다 해도 향후 20년 내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이 일본을 이기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듯싶다. 스포츠계에서 선수 양성은 그 정도로 어려운 것이다.
춥고 배고프고 서럽던 시절. 너무너무 배가 고파 운동이 어려웠던 시설. 선배 태극전사들의 피땀으로 일궈냈던 일본에 대한 승리의 환희가 계속 이어지길 필자는 기대한다.
전국체전 출전 보조금 환수 조치는 잘못된 행정이다. 반드시 부족한 종목 팀 육성에 사용되어야 한다. 올림픽에서의 상위 성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 정치인이 운동선수들이 금메달 따는 것이 쉬운 것처럼 이야기한 적 있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 유소년부터 꾸준히 10여 년간 투자와 지원을 유지할 때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겨우 탄생한다. 이제라도 올바른 전문체육 지원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해 본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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