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 |
토네이도를 타고 다른 세상으로 날아갔던 동화 속 도로시처럼, 한 여자가 돌풍을 타고 한 남자의 세상에 뛰어든다. 갑작스런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의 특급장교 리정혁(현빈)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 2019년 12월부터 전파를 탄 이 드라마는 남북 화해무드를 타고 인기를 끌어모으며 '국민 로코'가 됐다.
온통 성공뿐인 인생을 살고 있던 세리, 스포츠의료 신제품 테스트를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한 것 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북한 땅이다. 북한군의 실세인 총정치국장 아들이자 민경대대 5중대 대위인 정혁은 우주에서 떨어진 듯한 그녀가 껄끄럽지만 사택마을에 숨겨주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둘은 '약혼자'라는 이름으로 쇼윈도 부부가 되어 살아가게 되고, 이런저런 위기를 맞으며 결국 사랑에 빠져버린다.
드라마는 우리나라의 1970년대와 비슷한 분위기의 북한 최전방 마을 모습과 군인가족들의 삶, 북한병사들의 인간미를 맛깔나게 담아냈다. 국내 시청률을 잡은 것은 물론, 세계 각국에 수출되며 한류드라마의 대표작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중앙탑공원. /충주시 홈페이지 |
"쎄리 동무 아니에요" 두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열렬히 지원하는 북한 군인들과 세리가 남쪽에서 다시 만나는 곳, 바로 충북 충주시 탑평리에 위치한 중앙탑공원이다. 흙으로 쌓아올린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국보 6호 칠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석탑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높다고 한다. '탑평리 칠층석탑'이라는 공식 명칭보다 '중앙탑'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데, 설화에 의하면 통일신라시대 원성왕이 국토의 남쪽과 북쪽 끝 지점에서 같은 보폭을 가진 사람을 시켜 한날한시에 출발시켰더니 항상 이곳에서 만났기에 이곳에 탑을 세우고 중앙탑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은 탑 바로 앞에 설치된 커다란 '달'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밤이 되면 불이 밝혀져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듯 신비한 풍경을 연출하는데, 기품 있는 탑과 어우러져 최고의 포토존으로 사랑받고 있다.
충주 중앙탑공원 야경. /충주시 홈페이지 |
토성위에 우뚝 솟아있는 중앙탑과 지구에 불시착한 달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충주시 홈페이지 |
중앙탑공원 수변길에 조성된 무지개길, 드라마 방영후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충주시 홈페이지 |
의외로 잘 어울리는 북한판 차도녀 서단(서지혜)과 영국 이중국적자이자 사기꾼인 구승준(김정현)이 서로 호감을 느끼며 첫 키스를 나눈 곳, 드라마 방영 후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급부상한 곳이 있으니 바로 중앙탑공원 강변에 있는 '무지개길'이다. 탄금호를 따라 1.4㎞ 이상 이어진 길은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이어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중앙탑공원내 코스만해도 왕복 3㎞되니, 가을하늘 벗 삼아 라이딩하기에도 딱이다.
이곳은 원래 탄금호 조정경기장 부대시설로 조성됐다. 조정경기가 열릴때면 방송 중계진과 코칭스태프들의 일터이기도 한 이곳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다리에 설치된 조명들이 무지갯빛을 내며 아름답게 빛나는데, 잔잔한 호수와 어우러져 한층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에서 북한의 어느 섬으로 묘사되는 충주 비내섬, 얼마전까지 차박과 캠핑 성지였지만 지금은 도보 여행만 가능하다. /충주시 홈페이지 |
물억새 군락이 호위병처럼 지켜주는 비내섬은 남한강의 중간지점에 축구장 138배 크기로 자리한 섬이다. 드라마 속에서 정혁과 세리, 중대원들이 이별 소풍을 떠난 곳으로, 북한의 어느 강변으로 묘사된다. 천혜의 자연생태계를 간직한 비내섬은 원래 차박이나 캠핑 성지였지만, 현재는 자연 휴식지로 지정돼 차량 진입과 캠핑이 금지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보여행은 허락된다. 육지와 연결된 다리를 건너 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파란 하늘과 병풍처럼 섬을 둘러싼 산봉우리들이 한 폭 수채화를 그려낸다.
걷기코스는 쉼터에서 물억새 군락지, 보도교, 복탄다목적회관을 잇는 5.5㎞ 구간과 철새전망대를 포함한 7.5㎞ 둘레길, 그리고 사랑의불시착 촬영지를 볼 수 있는 2㎞코스가 준비돼 있어 취향대로 선택해 즐기면 된다. 다만 섬 내부에는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으니 입장하기 전에 단단히 준비하시라. 이곳도 정도전, 근초고왕 등 사극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지다.
황미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