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단풍에서 배우는 생존전략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단풍에서 배우는 생존전략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승인 2021-09-23 10:03
  • 신문게재 2021-09-2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온대지역의 많은 식물은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이면 잎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다. 그래서 단풍 소식은 북쪽에서 시작된다. 식물의 잎 색깔은 주로 녹색, 노란색, 오렌지색, 붉은색과 이들의 조합이다. 녹색이던 잎이 추운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기 위해 각종 단풍으로 변한다. 녹색은 광합성에 가장 중요한 색소인 엽록소가 담당하고 노란색, 오렌지색과 붉은색은 카로티노이드계 물질에 의해 정해진다. 일부 식물에서 생산되는 자색은 안토시아닌계 물질이다. 단풍의 주된 화학물질은 항산화물질로서 식물뿐만 아니라 우리 몸과 지구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체 내 고마운 산소가 활성(유해)산소로 바뀌게 된다. 정상적인 신진대사에서 발생하는 소량의 활성산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나치게 발생하면 단백질을 변성시키거나 정상적인 DNA 합성을 방해해 세포에 치명적이다. 활성산소를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세포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노화가 촉진되며 질병(암)을 일으킨다. 생물은 외부 스트레스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대표적이고 공통적인 생존전략으로 항산화물질(antioxidant)을 생산한다.

온실가스로 인한 심한 기후변화는 단풍철과 꽃이 피는 시기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지구촌 곳곳은 심한 고온과 저온, 가뭄과 폭우, 산불 등 기후재앙이 심각하다. 동식물을 포함 한 모든 생물은 심한 온도변화나 가뭄, 해충과 질병 등 외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생로병사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금 문제가 되는 코로나 팬데믹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결과다. 건강을 지키려면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항산화물질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건강하면 코로나 감염에도 피해가 적고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식물유래 건강식품은 항산화물질을 공통으로 많이 포함돼 있다. 식물은 나쁜 환경에서도 안전한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어 생존을 위해 동물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항산화물질을 많이 만들면서 진화해 왔다. 식물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항산화물질로는 비타민C, 비타민E(토코페롤), 카로티노이드, 폴리페놀 등이다. 광합성의 주된 색소인 클로로필과 보조색소인 카로티노이드는 모든 식물에 존재한다.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 자색고구마, 적포도에 많이 함유돼 있다. 값비싼 건강식품도 몸에 좋겠지만 제철에 생산되는 과채류를 골고루 먹으면 기본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 특히 카로티노이드는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합성의 보조색소이기도 한 카로티노이드(carotenoid)계 화합물은 식물을 비롯해 미세조류, 미생물에 수백 종류가 있다. 특히 토마토와 수박은 리코펜(붉은색)을, 고구마, 당근, 호박은 베타카로틴(황색)을, 식물 잎에는 루테인(보라색)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들은 노화 방지뿐만 아니라 눈 질환, 암 등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구마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고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되는 주된 이유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필자 연구팀은 황색 고구마에서 카로티노이드 축적에 관여하는 '오렌지 유전자'를 분리해 다른 품종의 고구마나 감자, 알팔파 등에 많이 발현시킨 결과, 고온과 가뭄에 잘 견디는 것을 확인했다. 스트레스 환경에서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 사람의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오렌지 유전자를 이용한 새로운 품종육성이 기대된다.

과일과 곡물의 껍질에는 강한 햇빛이나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항산화물질을 많이 생산한다. 과일 껍질과 거친 곡물이 건강에 좋은 이유다. 단풍의 생존전략을 이해하면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신품종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