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기관사인 아버지의 길은 분명합니다. 강철 레일 위에서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고 일합니다. 가족도 일보다 앞서지 않습니다. 아들은 별을 사랑합니다. 아마도 별이 된 엄마와 누나가 그리워서일 겁니다. 그가 작은 간이역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인 공도 따지고 보면 그 그리움 때문입니다. 지역적 배경이 경상도 북부 산골인 것은 참으로 적절합니다. 경상도 사내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의 극적인 소통을 위해서도, 별을 보기에 좋은 자연인 것도 그렇습니다. 점점 줄어가는 시골 사람 숫자와 그만큼 멀어지는 간이역 설치의 꿈도 봉화군 원곡 마을이라딱 어울립니다.
아버지가 반평생을 살아온 철길은 원곡 마을 사람들이 외부 세계로 오가는 생활의 통로입니다. 아들은 그 길을 다니며 꿈을 키우고, 마침내 먼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므로 영화 속 철길은 삶이면서 시간이고,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삶 바로 곁에 죽음이 존재하듯 그들에게 철길이 또한 그렇습니다. 살기 위해 다니는 그 길이 사랑하는 이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아파하고 마음 닫고, 제각기 갈 길 가며 외로워하다가 잠깐 멈춰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하며 화해하는 것은 숙원 사업이었던 간이역을 세우는 것만큼이나 기적입니다.
3년 전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경북 의성을 배경으로 딸이 엄마와 소통하고 화해한 것과 이 영화는 닮았습니다. 현실에 깊이 개입하는 환상의 요소를 강하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감독의 전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와도 유사합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묵은 철길 한켠의 오래된 터널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환상의 이야기를 펼쳤듯 이 작품도 우리를 30년 80년대 후반으로 데려갑니다. 그 기적 같은 소통의 간이역으로 말입니다. 여러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 누나 보경 역을 맡은 이수경의 연기가 빼어나게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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