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아신아트컴퍼니 연극 '협상1948' 장면 中 |
아신 이전에도 대전 극단 드림의 '경로당폰팅사건', 우금치의 '쪽빛황혼' 등이 지역을 벗어나 서울, 그리고 전국에서 공연을 선보였던은 있었지만, 여전히 지역 극단이 서울 무대에 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계 전반이 셧다운 된 상황에서 이름 없는 지역 극단의 무거운 역사를 주제로 한 공연은 무모함에 가깝다.
이인복 아신극단 대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며 "협상 1948을 전국으로 알릴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 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 관객을 만난 아신의 '협상 1948'은 예상외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0일부터 막이 오른 '협상1948'은 10일간의 공연 기간 동안 대학로 연극 주간예매순위 9위(15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협상1948'은 제주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연극이다. 제주 4.3사건으로 1947년부터 7년간 제주도에서는 약 6만 명에서 7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극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1948년 4월 28일 제주 구억국민학교에서 이뤄졌던 제9연대장 김익렬과 무장대총책 김달삼의 긴박한 평화협상을 재현했다.
이 대표는 "6년 전 우연히 제주 평화 4.3기념관을 방문해 제주 4.3사건을 알게 됐다"며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고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기록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극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자료조사만 5년이 걸렸다.
지난해 대전 동구청공연장에서 처음으로 관객과 만난 후 '제주4·3평화인권 마당극제'와 '2020동아시아민중연극제'에 초청받아 무대에 올랐다.
코로나 19가 길어지면서 공연계가 다같이 침체기를 걸었지만 이 대표는 '협상 1948'을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과감히 서울 행을 택했다. 그는 "서울에서 공연을 해야 전국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며 "많은 사람에게 제주 4.3사건에 대한 본질,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단 아신아트컴퍼니 이인복 대표 모습 |
이 같은 구조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지역에서 서울로 공연을 올리는 구조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루아침에 좋은 작품이 나오기란 어렵다"며 "연극도 선보일 때마다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가는데 서울은 그런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기 위해선 굉장한 비용이 든다. 오히려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충분하게 자료조사를 하고 수정보완을 거쳐 극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지역의 창작극이 앞으로도 전국 관객을 만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이 대표는 "지역 극단이 서울 공연을 시도할 때 서울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를 찾기 쉽지 않을뿐더러 홍보마케팅 등 예산문제가 있다"며 "(이 같은 문제가)해결이 되면 지역작품들이 서울, 전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서울 공연 경험이 있는 극단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자리가 생겨 지원 방향을 논의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아신의 다음 행보는 순천이다. 순천은 여순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이번에 여순사건특별법이 통과된 만큼 여순 시민들을 위해 다음달 4일 공연을 연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만들어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소외되고 외로운 목소리가 있다면 위로를 건넬 것"이라며 "예술인의 책무를 끝까지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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