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지 못하고 전화로만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았을 연휴 기간, 잠시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도심속 휴식 공간인 한밭수목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엑스포 공원을 다녀와봤다. <편집자 주>
한밭수목원의 산책길들. 김지윤기자 |
▲풀내음이 가득한 도심속 정원 '한밭수목원' =둔산대공원에 자리잡은 한밭수목원은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낼 정도로 지역민에겐 아주 익숙한 공간이다.
또한 계절마다 서로 다른 꽃과 나무가 어울려 매번 방문할 때 마다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한밭 수목원에 들어서자 풀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우창한 나무가 심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상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길을 걷다 아무 곳이나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었다.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은 마스크를 뚫고 상쾌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초록빛이 가득한 어쩌면 투박한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과 모여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로 한밭수목원을 활기가 가득찼다.
코로나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기에는 자연만한 곳이 또 있을까.
한밭수목원의 길은 매우 다양하고 많았다. 돌다리를 연상케 하는 길에서, 나뭇잎으로 동굴을 만든 길까지 하나하나 찾아 다니며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30분이나 흘렀다.
아기자기한 연필로 만든 입구를 들어서니, 자연 속에서 어린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나왔다. 김지윤기자 |
한참을 걷다 보니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발견했다.
연필 모양의 커다란 기둥에 작은 연필들이 붙어 있는 입구였는데, 뒤에서 어린아이가 "엄마, 저기 연필이 서있어요"라며 신기해하며 엄마의 손을 붙잡고 걷는 모습도 보였다.
놀이터 안에는 7개 종류의 나무로 만든 놀이기구들이 있었는데, 풀과 어울어져 자연적인 모습이었다.
기구들은 어린 아이들에 맞게 너무 높지 않은 작은 크기였다. 어린 자녀, 조카와 함께 방문하면 좋을 듯 했다.
시간이 지나 해가 지자 밝은 전구들이 달린 식물 전시회가 마련돼 있었다. 김지윤기자 |
전시된 식물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쉽게 기를 수 있는 채소나 꽃들이었다. 김지윤기자 |
▲수목원 안 미니 전시회 '우리꽃 전시회'=한밭수목원을 걷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고, 엑스포시민공원 쪽으로 나오자 저 멀리서 밝은 빛이 보여 홀린듯 걸어갔다.
빛을 따라 도착한 곳은 작은 전구들과, 조롱박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고 자세히 다가가 보니 '우리 꽃 전통생활식물 전시회'라고 적혀 있었다.
무슨 전시회인지 궁금해 검색을 해 보니 우리나라 전통의 식물들과, 가정에서도 기를 수 있는 다육 식물들로 이루어진 전시회라고 한다.
모든 식물과 조형물들을 대전에서 직접 만들고 키웠다.
식물들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아직 자라지 않은 것 같은 주먹 크기의 작은 수박에서부터, 고사리, 상추 등 식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채소들도 있었다.
예쁜 꽃이나 나무가 아닌 채소들이 모여 있어도 이렇게 예쁘다니, 생소하고 특별한 느낌이었다.
또한 어둠 속에서 작은 전구들이 예쁘게 빛나고 있으니 커플들과 가족들이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렸다.
'나도 혼자 오지 말고 친구랑 같이 와서 사진 찍을 걸'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 곳이었다.
무심코 걷다 보니 예쁜 꽃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화분이 아닌 페트병에 담긴 꽃들이었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하다니, 한번 쯤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진 페트병을 화분으로 재탄생시킨 작품들도 있었다. 김지윤기자. |
추석을 맞아 시민공원 한켠에는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김지윤기자 |
▲명절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여기서'=전통식물 전시회 구경이 끝나고 엑스포 다리로 걸어가던 중 반가운 곳을 발견했다.
바로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곳간을 연상케 하는 곳에는 투호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에서 해본 것 말고는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때다 싶어 투호를 던져 봤다.
양반들이 즐기던 예절을 갖춘 놀이라더니 생각보다 던지는 폼이 우스꽝스러웠다. 투호 말고도 윷놀이 판이 두개 정도 있었는데, 윷은 4살 아이의 키보다 큰 크기였다.
혼자서 윷을 던지고 있기엔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던져보지는 못하고, 다른 가족들이 던지는 것을 구경하고 서 있었다.
멀리 나가지 않고 대전에서 아이들과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니, 추석에는 한번쯤 와서 놀기에는 좋을 듯 했다.
입구 앞에는 놀이 방법과 설명이 자세하게 적혀 있으니 따로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위) 한빛탑에서 조명이 나오는 모습을 찍어봤다. (아래)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한빛탑과 엑스포다리의 모습. 김지윤기자 |
엑스포다리는 시간마다 다른 색의 빛이 나오는데 불빛이 바뀔 때 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한빛탑에서 나오는 불빛을 함께 바라보면 지친 마음이 위로가 된다.
웅장하면서 아름다운 이 곳은 대전의 자랑이자 시민들의 소중한 공간이다.
어느새 차가워진 바람에 마스크를 껴도 덥지 않은 날씨가 된 지금,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추석에 잠시나마 들려 '힐링'하기에 좋은 곳이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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