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1단계 구축 어려울 듯.. 내년도 안갯속
과학비즈니스벨트, 신동지구 발전에 악영향
"중이온가속기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 지적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의 계속되는 사업지연은 기초과학과 첨단산업 거점지로 거듭나려는 대전·충청지역의 발전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기초연구거점으로서 중심 기능을 해줄 라온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외 연구기관과 관련 기업유치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거점지구인 신동·둔곡·도룡지구의 개발뿐만 아니라 기능지구인 세종과 천안, 청주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지역 성장동력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면 라온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장이 지난 2월 16일 기자단에게 건설현장을 공개하고, 저에너지가속구간 가속모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효인 기자 |
1단계 완료 시점이 늦어질수록 2단계 사업 추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중이온가속기 완료 시점은 2017년에서 2019년으로, 다시 2021년으로 미뤄진 바 있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세부이행계획을 내놓고 2027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계속되는 사업지연에 라온을 중심으로 기초과학연구와 첨단산업 중심지 육성을 꿈꾸던 대전·충청의 발전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완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그 중심엔 라온이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라온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이와 연관된 첨단산업과 비즈니스를 연계해 과학기술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라온이 들어서는 대전 신동과 인근 둔곡, 도룡지구는 거점지구, 천안과 청주, 세종은 기능지구로서,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관련 기업유치, 대덕연구단지와의 협업, 신산업 생태계 조성과 일자리 창출 등 대전·충청에 대규모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라온 구축이 시일 피일 미뤄지며, 기대감은 우려로 변하는 중이다. 대전시는 2019년 신동지구에 이어 올해 단지형 '외국인투자지역 기반 조성사업'을 포함한 둔곡지구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둔곡지구 개발이 완료되면 과학벨트 거점지구 조성 사업이 마무리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배치도. /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
라온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기업과 기관 유치는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신동지구와 둔곡지구에 바이오기업들의 이전이 예정됐지만, 기업 규모나 유치 기업 현황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공연구기관 유치를 목표로 한 초청연구용지는 규정을 바꿔 민간연구소로까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능지구인 천안, 청주, 세종에서 기술사업화와 산학연 융합 등 비즈니스 역할을 담당할 SB플라자도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없는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로, 현재로선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라온을 하루빨리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추진 상황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더는 사업이 늦어지지 않고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익준·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