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 성매매방지법 시발점된 군산 화재 참사는…

[도시재생리포트2021] 성매매방지법 시발점된 군산 화재 참사는…

  • 승인 2021-09-17 08:52
  • 수정 2021-09-17 09:28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도시재생

 

 

 

2000년, 2002년 두차례 성매매 업소 화재로 총 20명 사망

업소 유리창 쇠창살로 막고, 출입구 외부에서 잠궈서 감금

업주-공권력 유착관계, 전국민 분노로 성매매방지법 촉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늘 언급하는 지역은 전북 군산이다. 군산에서 발생한 두 건의 참사는 우리 사회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 종사자들 뒤에는 자유를 빼앗고 인권을 유린했던 업주들이 있었다. 또 그들을 묵인해주는 공권력도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공창제의 잔재가 그날 화재를 통해 실체를 드러냈고, 이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매매 집결지 문제는 온전히 뿌리 뽑히지 못했다.  

 

군산 화재 2004년 YTN 보도 장면
2004년 군산 업소 화재 관련 YTN 뉴스 보도 장면 화면 캡처.
<사건파일 1#>
날짜: 2000년 9월 19일 오전 9시 15분
장소: 군산 대정동(일명 쉬파리 골목) 성매매 업소
화재 배경: 배전판 누전 20분 만에 전소
기타 : 사망 5명, 구조 1명

<사건파일 2#>
날짜: 2002년 1월 29일 오전 11시 56분
장소: 군산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 배경: 누전 30분 만에 전소
기타: 사망 11명, 중태 4명

두 사건의 공통점은 발생한 지역과 성매매가 이뤄진 업소였다는 점도 있지만, 화재로 업주들의 만행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정동 화재 후 확인된 업소는 참담 그 자체였다. 무허가 건물을 불법으로 개조했는데, 21개에 달하는 유리창마다 쇠창살로 막혀 있었고, 단 하나였던 1층 출구는 밖에 잠금장치가 있었다. 개복동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군산개복동화재참사대책위원회’가 직접 화재현장을 방문한 기록을 살펴보면 2층으로 가는 중간 철제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두꺼운 합판으로 막혀 있었으며 1층 어디에도 비상구가 없었다. 업주들은 여성들이 도망갈 수 없도록 외부로부터 감금을 일상화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희생자 전원은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33
유리방 형태의 업소가 밀집돼 있었던 대전 유천동.사진=중도일보DB
또 하나의 공통점은 공권력과의 유착관계였다. 화재가 발생하자 경찰은 두 사건을 모두 단순 화재사건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업소에서 이뤄진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개복동 사건과 유착 관계였던 경찰은 업주들에게 돈을 받고 수시로 식사와 접대를 받았다. 소방관들도 1층 문이 밖에서 잠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난 상 장애요인이 없다고 적어 업소 구조의 문제점을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유천

연달아 발생한 군산 화재는 성매매 집결지를 향한 대국민 분노로 확대됐다. 당시 전국 여성단체들은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고, 성매매 방지법 제정 운동을 추진해 2004년 3월 제정했다. 성매매 방지법을 통해 피해자 인권보호와 국가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윤락'이 아닌 '성매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17년 후 지금도 성매매 방지법은 한계는 있지만, 인권의 관점에서 폭력처럼 행해졌던 성매매를 명백한 불법의 테두리에 가뒀다는 건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2000년 군산여성의전화에서 활동했던 조선희 성평등 전주센터장은 "성매매방지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전북지역 여성운동의 긴밀한 역사이기도 하고, 전북에서 발생한 대명동과 개복동 사건을 계기로 법을 만든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선미촌 아카이브북에서 회고하기도 했다.

9월 19일은 2000년 발생한 군산 대명동 참사 21주기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2.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3.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