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웃과 함께 하는 한가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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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웃과 함께 하는 한가위가 되기를…

홍승표 / 시인

  • 승인 2021-09-17 00:00
  • 신문게재 2021-09-17 18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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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한가위로도 불리는 추석 명절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기나긴 여름날에 찌들었던 삶의 더께를 한꺼번에 씻어주고 가슴을 푸근하게 해주는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이지요. 한가위 보름달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입니다. 달을 바라보노라면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고향의 산과 들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보름달이 떠오르면 이루지 못한 꿈이나 희망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빌어보는 것일 테지요. 한가위는 분명 너와 내가 하나로 어우러져 덩실덩실 춤출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자 삶의 주변을 살찌울 수 있는 귀한 선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가위는 그 자체로 축복이지요.

한가위가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윤기 흐르는 얼굴로 웃으며 오고 있지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것입니다. 갈 수 있는 고향을 찾아 부모 형제들을 만나고 성묘를 할 수 있다면 더더욱 행복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른 봄 채 녹지 않은 땅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무더위 속에 흘린 땀의 결실이 알알이 영글어 모든 곡식과 과일들이 풍요로운 세상,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떠나가고 있지요. 그러나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없이 허전할 것입니다.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사람들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쓰리고 아플 테지요. 그리운 고향이나 부모님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 더욱 절절하게 그리워지는 게 인생살이입니다.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회한과 안타까운 그리움 속에서 한가위를 맞이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위는 그 자체로 축복이지요.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모두에게 모자람이 없는 사랑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창궐한 코로나19로 살아가는 일이 버거워져 사람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습니다. 그러나 솔잎 향기 짙게 배인 기름 잘잘한 예쁜 송편과 풋풋한 과일이 정성으로 차려진 차례 상은 넉넉할 것입니다. 한가위는 고향을 갈 수 있거나 갈 수 없거나 모두에게 더 없는 기쁨의 순간이고 성묘 또한 또 다른 축복일 것입니다. 조상을 모신 산소는 버거운 삶의 일상 속에서 힘들고 지칠 때면 속절없이 찾아가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한가위는 분명 축복이지요. 그러나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래 계속 되는 불경기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이 그들이지요. 태풍이나 장마로 농사를 망친 농부들이 그러하고 졸지에 이재민이 된 사람들이 바로 그럴 것입니다. 사업이 실패했거나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고향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요. 소년소녀가장이나 사회복지시설에 소외된 채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보름달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사람들도 생겨날 테지요. 한가위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이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따뜻한 마음과 정을 나누어야 합니다.



한가위는 가진 자들이 고가의 선물이나 주고받는 명절이 아니지요. 우리 모두의 명절인 것입니다. 모두가 코로나19 여파로 사는 것이 어렵다고들 하지요. 그러나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은 어렵다는 말조차 못하는 법입니다. 한가위를 한가위답게 보내는 거,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니지요. 모두가 한가위 보름달을 부끄러움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겸손해져야 합니다. 이웃을 생각하고 서로가 용서하고 화해하면서 가진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나눠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따뜻한 고향인심에 취하고 어릴 적 삶의 모태(母胎)였던 고향의 온기를 듬뿍 담아오면 좋겠습니다. 희망찬 삶의 활력소가 되어 가슴속에 살아 숨 쉴 것입니다.

홍승표 / 시인

홍승표-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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