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아 대전문성초병설유치원 교사 |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코로나의 확산세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고, 정부는 '위드 코로나'로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
유치원 현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발생 초기,"선생님, 이것 봐요 나 잘했지요?"하며 달려오는 아이에게 "마스크 올려야지!"라며 아이의 말을 뚝 끊고는 미안함과 무기력함에 하루하루 버티는 마음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들도 스스로 자신의 마스크를 점검할 줄 알게 됐고 교사도 이제는 습관화 된 '방역수칙 준수' 대신에 아이들이 즐거워 할 만한 놀이를 구상하는데 집중하는 여유 생겨났다.
그리고 최근 들어, 코로나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던 2020년 3월 이후부터의 시간들이 문득문득 떠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과정은 운영되지 않으나 돌봄은 계속 되었다. 코로나19라는 이름도 아직 낯선데 그로 인한 휴업이 이루어졌고, 그리고는 긴급돌봄을 운영하라는 조치가 떨어졌다. 대상은 돌봄이 꼭 필요한 가정의 자녀, 그리고 그에 대한 담당인력은 유치원 돌봄 전담인력 및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여 긴급돌봄 비상대응체계를 구성하라는 내용이였다.
휴업 소식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맞벌이 가정 보호자를 떠올리며 긴급하게 긴급돌봄 수요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긴급돌봄"운영계획을 작성하여 기안하였다. 그리고 긴급돌봄 운영이 시작되기 전, 교실에서 돌봄을 누가 전담할 것인가에 대해 유치원 직원들간 갈등을 겪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갈등이 커지게 된 이유중 하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는 "원격수업"을 운영하라는 조치였다. 휴업이 아닌 교육일수에 포함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라는 것이다. 교육과정 운영의 주체는 교사이고 교사의 역할은 교육과정 운영이다. 한번도 배우지 못한 교육방법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니 공문부터 꼼꼼히 읽어야하고 수많은 예시 중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교직원들 간의 협의도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컨텐츠를 전달하는 플랫폼 설치, 학부모 안내등 원격수업 운영을 위한 기반 구축만 해도 매우 낯선 업무이면서 그 양도 많다. 그런데 자꾸 '긴급돌봄'이라는 또 하나의 큰 축이 버티고 있었다. 등원수업 연장 조치가 떨어지면 또 다시 긴급돌봄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제n차 긴급돌봄 운영계획'을 기안하였다.
원격수업 운영이라는 커다란 과제와 함께 긴급돌봄 운영계획 수립 및 교실 내 유아돌봄 업무까지 주어졌고, 동시에 우애좋던 직원들과 얼굴을 붉히는 상황들이 다가왔다. 그러나 유례없는 재난상황에서 '교사'라는 나의 역할에 한계선을 정하는 데에는 모두가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는 들려왔다. 원격수업의 질에 대해 비교하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 교사가 직접 놀이꾸러미를 집집마다 배달했다는 이야기. 교사가 직접 동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했다는 이야기. 매일매일 활동지를 발송한다는 이야기. 실시간 화상 수업을 했다는 이야기.
몸도 마음도 소진되어 갔으나 그럼에도 버텨야 한다고 내 자신을 다독였던 이유는 어느 한 사람 힘들지 않은 상황이 바로'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더웠던 여름 날씨에도 방호복을 입은 채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들이 있고,발벋고 거리로 나선 자영업자들이 있다.
자녀의 돌봄과 감염 위험성에 아직도 걱정을 이어가는 맞벌이 가정이 있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처음 겪는 상황에 수많은 갈등과 감정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지 않으려고 애쓰며 오늘날까지 이 상황을 버텨온 것 같다.
정작 학교 발 코로나19 확산은 거의 전무하고 있고, 따라서 4단계임에도 교육부에서는 전면등교 조치를 선언했다. 나 역시 쏟아지는 공문들과 바뀌는 규정들에 좀 더 침착하게 대처하게 되었고 현재 소규모 학급 유치원에 근무하고 있어 유치원 감염 확산에 대한 두려움도 덜하다.
그러나 국민모두에게 처음이였던 바이러스 확산 중 맞벌이 가정을 위해서 긴급돌봄이 이루어졌고 그것이 운영됨에 있어 원격수업 운영과 병행하며 애쓴 유치원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우리 교육가족들 만큼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애써온 유치원 교사들에게 엄지척 하면 말해주고 싶다. "덕분입니다."
최명아 대전문성초병설유치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