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지붕 없는 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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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지붕 없는 과학관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 승인 2021-09-16 10:32
  • 신문게재 2021-09-1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용어가 있다. 에코뮤지엄(Ecomuseum)이나 생태박물관이라고도 한다. 소장품을 전시라는 틀 속에 넣어 진열하는 전통적인 형태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박물관을 일컫는 말인데,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여 지역 고유의 문화와 건축유산, 생활방식, 자연환경 등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계승하면서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박물관의 형태다. 지붕 없는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지역공동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관광자원 개발 이상의 상생발전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1970년대 프랑스에서 태동한 지붕 없는 박물관, 에코뮤지엄이라는 새로운 박물관 운동은 프랑스의 박물관학자 조르주 알리 리비에르(George Henri Riviere, 1897~1985)가 지역경제 재건을 위한 지방문화의 재확인이라는 이념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에 위치해 발생한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는 프랑스 알자스 주의 '알자스 에코뮤지엄(Alsace Ecomuseum)', 도쿠시마현에 대교가 놓이게 되면서 지역문화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여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일본의 아산 라이브 뮤지엄 등이 있고, 한국에서는 안동 하회마을, 영주 선비촌 등이 있다.

그렇다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개념을 과학관, 나아가 국내 최대 과학기술 집적지역인 대덕특구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전통적인 과학관 전시와 개별 연구소의 홍보관 운영에서 벗어나 대덕특구 전체가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고 상생발전하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먼저 연구소와 기업, 대학, 시민들이 과학을 매개로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인 '과학기술문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공간이 구심점이 되어 대덕특구 전체가 '지붕 없는 과학관'으로 변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런 과학기술문화 플랫폼을 조성하는 데 국립중앙과학관이 첫 단추를 채울 수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현재 고객주차장 부지 일대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조성을 계획하는 이유다. 복합과학체험랜드는 연구소와 기업, 대학, 지역공동체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과학적 사고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야외공간인 '과학마당'과 다양한 과학실험이나 차세대 과학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실내시설인 '복합과학체험센터'로 구성할 예정이다. 과학마당은 과학과 예술, 스포츠와 놀이가 융합된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야외 공간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교류·소통을 담을 수 있는 유연한 그릇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복합과학체험센터에는 기술과 산업, 사회의 변화와 본질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공간이나 과학키트나 과학교구를 자유롭게 열람·대여할 수 있는 공간 등을 담을 예정이다. 이런 실내·외 공간들이 대덕특구의 연구소, 기업, 대학과 연계되고 시민의 참여가 더해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3년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특구가 대전 유성구(옛 충남 대덕군)에 들어선 지 50년이 되는 해다. 그간 수많은 연구개발 성과가 대덕특구에서 나왔고, 다양한 기술창출과 미래지향적인 사업들이 진행되었다. 지금 대덕특구는 변화의 기로 앞에 서 있다. 지난 4월 수립된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계획에는 대덕특구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재창조하겠다는 비전이 담겨있고, 제4차 연구개발특구 육성종합계획에도 K-뉴딜 시대,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끄는 국가대표 R&D 혁신 메가클러스터로 도약하기 위한 추진계획들이 녹아 있다. 성공적인 대덕특구의 변화를 위해 국립중앙과학관도 복합과학체험랜드 조성사업 추진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기여할 것이다.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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