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교수(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
특히 개발시대 도시화는 서울시 인구가 1990년대 천만을 넘어서며 대도시화를 통해 개발시대의 전략인 빨리빨리, 한꺼번에, 성장거점을 통해 중앙집권식 계획경제와 단지 식 주택 및 산업단지 개발과 성정거점식 선택과 집중으로 대도시와 대기업을 키워왔다.
이렇게 성장한 대도시와 대기업이 주변도시와 중소기업과 상호공존하며 상생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대도시는 주변도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대기업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중소기업을 하청기업으로 통제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발과 성장시대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국가경영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제는 국토를 한 몸 생명체로 인식하고 '빨리빨리'에서 차근차근, 천천히, '오래오래'로 사고체계를 모두가 함께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재생시대이며, 자치분권의 핵심 요체다. 개발시대와 성장시대에 너무나 익숙한 우리에게 재생시대는 낮 설고 어색하다. 대전 교통정책도 그러하다. 고비용의 지하철 건설 대신 저비용의 BRT를 도입하면, 도로 면이 좁아져 도로 위의 차량 속도가 줄고 도로 위 주차공간이 협소해 인근 상권이 위축될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가 만들어지고, 건설비용이 지하철의 100분의 1에 불과하여 타 분야의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은 지방소멸은 심각하다. 현재 1억 3천만 명이 2100년에는 68%가 감소한 5천만 명으로 예상한다. 인구가 줄면 지방의 소멸위기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일찍이 일본은 도시재생을 중요한 국토전략으로 도시청년들은 지방으로 보내고, 중앙과 대도시 재정을 지방으로 보려 보내고 있다. 경상북도도 도시청년 지방파견제를 통해 방치된 한옥을 개량하여 청년들이 창업하고 이색적인 까페와 빵집을 운영하고 관광상품 굿즈를 개발하여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인근 지방까지 확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기초 지자체의 35%가 인구 5만 이하로 도시소멸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많은 기초지자체는 독자적인 행정체계로 남아있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은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다. 수도권과 대도시 집중에서 자치분권과 지방 분산으로 도시를 재생해야 한다. 이제는 각각의 문제가 아닌 잉여와 결핍을 연결하고 공유해야 한다.
지역문화의 시대는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역문화는 지역이 가진 역사성과 비례하여 많은 문화자원이 축적되어 있다. 또한 그 주체인 지역주민들의 삶의 방식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생활양식이 공존하고 있다. 공간의 개념과 시간적 개념을 통해 재생시대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 인구감소와 지방도시 쇠퇴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적 도시재생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의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옛 충남도청과 테미오래, 관사촌 등 지역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항상 뜨거운 주제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시대 빨리빨리와 성장중심 사고체계가 아닌 재생시대의 사고 틀인 차근차근과 천천히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의 역사와 문화재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도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본은 국토교통성, 문부과학성, 농림수산성이라는 3개의 정부 부처가 연계해 역사적 풍치 보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개별 문화재 보호와 도시계획이 연동된 지구계획을 수립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도의 정비는 관련 예산으로 이어지고 추진동력을 확보하는 확실한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커뮤니티 재활성화와 새로운 지역문화 창출 등 지역을 어떻게 문화적으로 재생할 것인지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도시재생 전략을 마련하여 지역문화시대를 준비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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