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88강 화용도서(華容道恕)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88강 화용도서(華容道恕)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9-14 14:0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88강: 華容道恕(화용도서) : (관우가)화용도(華容道)에서 (조조를)용서하여 보내주다.

글자 : 華(빛날 화), 容(얼굴 용, 모양 용), 道(길 도), 恕(용서할 서)로 구성되었다.

출처 :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연의(三國演義)에 보인다.

비유 : 관우(關羽)의 입장에서는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매우 약한 의리(義理) 있는 행동을 비유하고, 조조(曹操)의 입장으로는 최고의 권력자가 일개 장수에게 목숨을 애걸하는 비겁(卑怯)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라를 꼽자면 단연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연의(三國演義)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는 넓은 대륙에서 펼쳐지는 웅대한 배경과 한 왕조가 쓰러져가는 안타까움, 천하를 훔치려는 야심(野心)있는 남자들의 야욕(野慾), 그들을 중심으로 많은 영웅호걸들의 활약은 책을 들면 쉽게 덮을 수 없다. 그 중 가장 압권(壓卷)은 적벽대전(赤壁大戰)이 아닐까 싶다. 흥미롭기는 10만 개의 화살을 얻는 방법, 동남풍을 빌고 멋지게 사지(死地)를 벗어나는 공명의 지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조조의 마지막 숨통을 놓아주고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관운장의 의리(義理)의 화용도 용서 장면은 아마 삼국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이 장면을 10번 이상 읽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갈량(諸葛亮)은 적벽(赤壁)에서 완패한 조조군의 도주 루트를 정확하게 꿰고 있어서 조운(趙雲), 장비(張飛)등을 보내 매복하게 하지만, 유독 관우(關羽)에게만은 아무 임무도 주지 않는다. 답답해진 관우가 "왜 자신은 보내지 않느냐"고 묻자, 제갈량은 "가장 중요한 관문인 화용도가 남았는데 관우님은 조조의 은혜를 입었으니 조조를 놓아 보낼 것이라 보내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이에 관우는 자신이 이미 안량, 문추를 베어서 은혜를 갚았으니 그럴 리 없다면서 "관우가 조조를 풀어주면 목을 내놓고, 조조가 화용도로 오지 않으면 제갈량이 목을 내놓는다."라는 내용으로 쌍방이 목숨을 담보로 한 군령장(軍令狀)을 쓰고 관우는 출전한다.

관우가 출전한 후, 유비는 "관우는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라 아무래도 조조를 살려줄 것 같다."고 걱정한다. 제갈량은 천문을 보니 어차피 조조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니, 관우를 보내서 풀어주게 하면 예전에 졌던 빚을 갚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 한다.

적벽(赤壁)에서 공명(孔明)과 주유(周瑜)의 동맹군에게 80만 대군을 잃고 허도로 달아나는 조조를 공명은 끝까지 혼 줄을 내주고자 조조가 달아나는 길목인 오림(烏林)에 조운(趙雲)을 매복케 하고, 다음 길목인 호로곡(胡蘆谷)에는 장비(張飛)를 배치하고 마지막 애로(隘路)에는 관운장(關雲長)을 배치하게 된다.

한편 조조의 80만 대군은 방통의 연환계책(連環計策)과 공명의 동남풍에 힘입은 주유의 화공작전(火攻作戰)에 완전히 궤멸되어 불과 2~3천여 기의 군졸들의 호위를 받으며 적벽을 빠져 나와 서서히 화용도 계곡으로 들어섰고, 입구인 오림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운에게 습격을 당해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로 달아난다. 잠시 후 다시 호로곡에서 장비를 만나 곤욕을 치른 조조는 불과 30여 명의 군졸의 호위를 받으며 마지막 애로지역(隘路地域)인 화용도(華容道)로 향하는 갈림길이 두 개로 갈라져 있었는데 큰 길에서는 연기가 안 나는데 작은 길에서는 모닥불을 피운 듯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에 조조는 작은 길을 택했고, 좌우에서 그 이유를 묻자 "이것은 제갈량의 함정이다. 작은 길에 불을 피워서 큰 길로 유도하여 우리를 기습하려는 계책이다. 그러니 작은 길로 가자."라고 대답하여 좌우 사람들을 감탄케 했다. 그리고 가다가 쉬던 중에 이렇게 말했다. "주유와 제갈량은 정말 꾀가 없어! 나 같으면 딱 이 길에다 군대를 매복시켰을 텐데 말이지. 그랬으면 우리 모두 꼼짝 못하고 죽었을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는 순간 그러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그 때 관운장과 500명의 군사들이 조조를 포위했고, 이에 기겁을 한 조조는 승상지위의 체면을 고사하고 말에서 내려 일개 적장(敵將)인 관운장에게 무릎 꿇고 울면서 살려줄 것을 애원한다. 결국 관운장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되어 조조를 도망치게 틈을 열어주게 되고 나머지 병사들까지 살려주게 된다. 그 후 관운장은 군령장대로 목을 내놓을 처지가 되는데 유비를 비롯한 모든 장수들의 간곡한 건의에 의해 형벌은 취소되었다. 이 때 관우는 공명에게 목숨을 빚지게 된다.

중국의 중세이후 역사에서 성인(聖人)을 두 분으로 모시는데 한 분은 문성(文聖)으로 공자(孔子)이고, 다른 한분은 무성(武聖)으로 관운장(關雲長)이다. 그리고 중국은 황제의 무덤을 릉(陵)이라고 하고, 성인의 무덤을 림(林)이라고 하는데 현재 중국에 림은 공림(孔林/공자의 무덤)과 관림(關林/관우의 머리가 묻힌 무덤) 두 개 밖에는 없다. 그만큼 중국인에게 관우는 절대적인 신앙적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전장터에서 용맹을 떨치던 장수 관운장도 인간의 약함 앞에서 무한히 약해지는 참 인간인 덕장(德將)임에 틀림이 없다. 이는 현대인의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모순적인 행동에 비해 관우의 덕성(德性)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숙연해진다. 또한 관우를 통해 깨닫는 교훈으로는 인간이 되어서 몰염치(沒廉恥)를 혐오(嫌惡)하고 의리(義理)의 참모습으로 돌아가야 함을 각성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사랑, 가정, 친구, 명예, 권력, 돈, 직위 등이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인간(人間)다워야 한다.

권모술수와 거짓, 양심을 버리는 것은 결국 인간이 아니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추석 기름값 부담 덜었는데, 왜 충청권만 비쌋을까?
  2. 뉴 라이프 웰니스 유성온천!
  3. 학교 당직근무자 열악한 처우 개선 촉구 "명절만이라도 모두가 평등해야"
  4. 대전서부교육청 "전문상담사도 수퍼비전으로 마음 챙겨요"
  5. 경쟁사를 압도하는 제안서 작성법은?
  1. '아~대전부르스·못 잊을 대전의 밤이여' 대중가요 속 이별과 그리움의 대명사
  2.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3.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4.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5. 산에서 함부로 도토리 주우면 안된다

헤드라인 뉴스


`응급실 뺑뺑이` … 대전 구급대 이송거리·시간 폭증

'응급실 뺑뺑이' … 대전 구급대 이송거리·시간 폭증

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전 소방본부 구급대의 현장-병원간 이송거리와 시간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영등포갑)이 소방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대전에서 현장-병원간 이송거리 30km를 초과하는 이송인원은 449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70명에서 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체 이송 인원 대비 비율은 지난해 0.59%에서 올해 1.80%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61명에서 올해 362명으로 그 비율은 2.7배 이상 늘었다. 응급실..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지난해 지방세를 1억원 넘게 안 낸 고액 체납자가 대전에 69명이고, 이들이 안내 총 체납액은 2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은 33명·78억원, 충남은 111명·241억원, 충북은 70명 1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방세 체납액 규모는 ▲2021년 3조 3979억원 ▲2022년 3조 7383억원 ▲2023년 4조 59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체납자 상위 0.6%가 전체 체납액의 49.1%를 차지하는 것으로..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매달 4억이 넘는 월세로 논란이 됐던 성심당 대전역점 매장 월 수수료가 기존과 비슷한 1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전보다 과하게 높아진 월 수수료 탓에 철수까지 고심하던 성심당은 이번 모집 공고로 대전역점 계약 연장의 길이 열렸다. 18일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최근 대전 역사 2층 맞이방 300㎡ 임대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이전까지 5차 공고를 했으나 모두 유찰되면서 입찰 기준을 변경했다. 월평균 매출액 기준액은 22억 1200만 원으로, 월 수수료는 매출 평균액의 6%인 1억 3300만 원이다. 이는 기존 월 수수료 4억 41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