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초등 1학년 학급당 학생 수 20명 배치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세종교육청 제공 |
유휴교실을 활용해 53개의 추가 학급을 만들고, 정규교사인 교과전담교사를 담임으로 배치한다. 해당 교과전담 빈자리는 임용된 발령 대기자를 기간제 교사로 채우게 된다. 이는 2022학년도부터 세종의 52개 모든 초등학교 1학년 314학급에 적용된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배치 방안'을 밝혔다.
저학년부터 학급 밀도를 줄여 교육효과를 장기적으로 제대로 거두겠다는 구상이지만, 부족한 교사 수급과 유휴교실 활용, 재정확보 등이 관건이다.
앞서 최 교육감은 교육부의 교원정책 감축 정책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세종의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최상의 교육여건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는 교육계의 숙원임에도 정부는 경제논리에 밀려 부정하고 있다"라며 "실현 가능한 정책이며, 효과가 매우 큰 정책이라는 점을 세종에서 먼저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종의 학생들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권리가 있다.
세종의 초등학교는 동 지역 25명, 읍 지역 22명, 면 지역 20명으로 지역마다 배치기준이 다르다. 지역 초등 전체평균은 21.7명이지만, 읍·면학교와 동지역의 괴리가 크다. 읍면 일부를 제외한 동지역은 모든 학교가 신설교로 이미 평균 25명에 이른다.
지난해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교는 38개 회원국 평균 학급당 학생수인 초등 21명, 중학교 23명보다 훨씬 많은 초등 23명, 중학교 27명을 한 학급에 수용하고 있다. 초중고 535만 여명의 학생중 87%가 OECD평균 학생수 21명 이상인 학급에서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마저도 시골의 작은학교가 포함된 평균통계로, 실제 대다수 학생들은 과밀학급에서 공부를 한다.
OECD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 순위(30개국 중 24위). |
▲부족한 교실·교사확충 교육청의 구체적 방안은?
상식적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면 학급이 늘어나고, 담당교사도 더 필요하게 된다. 초등 1학년 학생들을 20명으로 배정했을 때 과밀학급이 생기지 않을 까 우려도 나온다.
실제 세종의 동 지역과 읍 지역의 초등 1학년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조정하려면 53학급이 더 필요하다. 추가로 필요한 학급은 학교들이 가진 유휴교실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추경예산 25억 원을 확보했다.
시교육청이 현재 초등학교 학급별 학생수와 입학 예정자 수를 점검한 결과 2곳의 유휴교실 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의 4개 학급을 어떻게 추가해야 할지 논의중이다.
추가학급의 경우 영어·체육 등 특정 교과를 가르치는 교과전담교사가 담임으로 전환된다. 추가되는 53학급을 포함해 314개 모든 초등 1학년 교실엔 정규교원이 담임으로 배치된다. 교과전담교사의 공석은 임용 후 정식발령을 앞둔 대기자를 기간제 교사로 우선 채용할 계획이다.
▲교과전담 교사 빈자리 발생, 우리 아이 기초교육 괜찮을까.
담임을 늘리기 위해 기존 학교에 배치한 교과전담을 회수하면, 담임의 시수확보로 기초학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교과전담교사 취지와 상충한다. 학교에 대한 적응력과 초기 문해력 완성을 위한 초등 저학년의 경우 돌봄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최 교육감은 초등 1학년의 학급 밀도를 먼저 줄이는 동시에 이어지는 학년에 대한 기초학력 지원도 충분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 지도 교사를 1학년에 집중 배치하고, 저학년 대상 기초학력교육자원봉사자를 희망교실에 모두 지원할 방침이다. 담임교사와 함께 정규수업 시간 수업 참여 등 저학년의 기초학습과 기본생활지도를 지원하게 된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수학 협력수업 성과를 토대로 올해 초등 23개교에 33명의 협력교사를 확대한 바 있다. 이들 중 23명은 정규교원으로 수학 부진이 본격 시작되는 초등 3학년 교실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미래교육 향한 세종교육의 첫 발… 정치권과 정부 뒷짐져선 안된다
최 교육감은 "지방교육청으로서의 최대치는 2022학년도 1학년, 2023학년도 1·2학년도 운영뿐"이라며 "이후 학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교육재정 확대와 같은 행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에서 먼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시대'의 첫 발을 떼지만 이후 3~6학년,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관심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 현재 국회에 관련법이 발의돼 있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법'에 대해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이 교육공약에 담아주길 제안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미래를 위한 교육여건은 여·야를 떠나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국민적 과제"라며 "다른 시도에서도 각 지역 실정에 맞는 비슷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교조세종지부는 '학급당 학생 수 단계적 감축안 발표, 세종교육청의 선도적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낸다'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세종전교조는 "교육현실을 외면한 정부가 학교교사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어려운 조건에서 교육청이 선제적 결단으로 실행가능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평하며 "앞으로 세종교육청의 교육정책 파트너로서 학생수 감축을 위해 함께 앞장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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