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남대 교수 |
온실가스 방출로 뜨거운 대기로 가두어진 지구에서는 발생한 수증기가 우주로 방출될 리 없으니 이렇게 대량 발생한 수증기의 에너지는 전 세계에 폭우, 폭염, 가뭄 등의 심각한 자연재해를 만들고 있다.
본 칼럼에서도 여러 번 다뤄진 산불의 경우 미국 서부와 유럽 그리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올해 2월 경북 안동에서의 산불로 우리나라도 심각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산불은 다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게 되고 이런 지구 온난화에 의해 더욱더 기후 변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말라가고 있는 대지에 시원한 폭우가 쏟아져 산불 진화를 도와주면 좋으련만 온난화에 의해 저하된 지구의 대류 현상은 전혀 다른 장소에 물 폭탄으로 또 다른 피해를 부른다. 올해 7월 전남 강진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수백 미리 폭우가 근해 바닷물을 담수화해 양식하던 전복이 전부 폐사한 피해를 보았다. 가끔 우리는 온난화의 심각성을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하면 거주 가능한 육지가 감소한다는 극히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그 외에도 차분히 다시 따져 보자. 먼저 극지방과 온도 차이 감소 때문에 지구 전역의 대류 현상이 약해지면서 기류, 해류 순환이 멈추는 이상 현상으로 한곳에서는 폭우, 바로 그 이웃에서는 사막화가 진행될 수 있다. 시베리아와 같은 영구동토층(永久凍土層)이 녹으면서 이 지층에 가둬져 있던 메탄(이산화탄소보다 훨씬 심각한 온실가스)이 방출될 수 있다. 극지방 빙하를 포함한 이런 지층에서는 수십억 년간 가둬져 있던 바이러스도 역시 방출될 수 있고 이런 바이러스는 이번 코로나와 같이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칠지 예상이 안 되는 것이 심각성의 본질인 것이다.
근래 2년~3년 사이 제주도에서의 급격한 해상 생태계의 변화를 보고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풍부히 즐길 수 있던 미역, 톳, 성게, 옥돔 등이 수확이 준 것이 문제라기보다, 근해에서의 해조류에 의한 방파(防波), 생태계 사슬 변화에 의한 영향 등 우리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2013년에 이어 지난 8월에 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반 시민들이 이상 기후 현상을 느낄 정도라 기후 전문가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겠지만 21세기 안으로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이라는 1.5도를 넘어 2도 넘게 상승할 것이다. 올해부턴 2040년 사이에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고 이는 과거보다 10년 이상 앞당겨진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소개했던 '로마의 운명'에서는 로마의 쇠망이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복합적인 해석으로 가능하나, 그 근간을 기후변화와 역병으로 기술한다. 로마의 전성기였던 AD200년 이전은 기후 최적기이기도 했지만, 감염병(천연두로 추정되는 안토니누스 페스트)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였던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로마 건국 천년이 지난 AD250년 이후는 기후변화에 의한 식량 감소, 수차례의 역병 유행은 로마 제국의 시스템을 점차 흔들게 된다. 이렇게 몰락해 가는 로마 사회의 여러 현상과 근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우리는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로마 쇠망에 영향을 준 주요 인자로 기후 변화와 감염병을 기술한 이 책의 교훈은 '바꿀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용기와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현명함'이라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지금쯤은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바꾸고 받아들일지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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