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
민주주의가 꽃피우기 시작한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언어를 매개로 하여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의 내용과 기법이 강조되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소크라테스((Socrates) 와 플라톤(Plato),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등 서양철학의 비조라고 할만한 사람들 모두가 언어 구사 능력의 습득과 실천, 다양한 표현 기법을 통해 설득과 동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침서를 내거나, 언어능력 향상을 위한 아카데미 설립과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련하고 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설득력있는 방법론을 수사학에서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사학의 주장과 요지는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설득의 대원칙을 담은 교본으로 존중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사람을 진정한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로고스 (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를 모두 담는 언어의 내용과 구사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로고스는 논리를 뜻한다.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말솜씨는 많은 사람을 이성적으로 설득하고, 반대편에 서 있는 악의적인 상대방까지도 내 편으로 만든다. 그러나 논리만을 앞세우는 말솜씨는 상대의 마음까지도 움직여 내 편으로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진심을 다해 거들어 주는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에토스적인 요건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사람은 타인이 말이 옳다고 믿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도덕적이며 윤리적 정당성과 함께 말하는 내용에 담긴 도덕적 정당성과 당위성을 살피는 본능적 경향이 있다.
에토스는 타인을 진정으로 승복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파토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파토스는 자기가 주장하는 내용 관련하여 본인 스스로의 자기 확신과 진정성을 말한다. 자기가 이야기하는 내용과 결과에 관한 확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이야기는 옳고 바르며, 우리 모두의 이익 실현과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완수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현란한 수사학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대표로는 소크라테스를 빼놓을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의도를 교묘하게 위장한 세련된 말솜씨는 진실을 감추고 현실을 왜곡하는 부정적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니 수사학은 속임수라고 호통한다.
오늘날 우리는 말의 홍수, 언어의 범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로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말의 성찬 속에서 진실과 거짓이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잘못된 말 한마디가 초래하는 왜곡과 편향이 대중을 선동하고 조작하여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고 선한 자의 믿음과 진실이 설 자리를 뺏는다.
선거가 시작되면 세상은 말로 뒤집히고 말로 엎어질 것이다. 온갖 아첨과 장밋빛 청사진이 우리를 어지럽게 할 것이다. 아침에 약속하고 저녁에 무시하는 이들도 등장할 것이다. 정말로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인간 부류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어떤 거짓말도 능히 쏟아낼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거짓말 구사 능력자들이다.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해대는 거짓된 능력자를 구별하고 퇴출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다. 말로서 흥한 자는 말로 망하고, 말이 많으면 반드시 실수가 따른다는 오래된 금언이 여전히 유효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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