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 UCLG 사무총장의 이력은 화려하고 탄탄하다. 행정고시 합격 후 조직 내 굵직한 조직을 두루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행정과 기획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 인재로 꼽힌다. 행정자치부 차관을 마치고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을 역임한 것도, 현재 대전세종연구원장이자 2022 UCLG 사무총장을 겸직하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여전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일이 좋다는 정 사무총장은 고향인 대전과 충청을 위해서라면 힘든 일도 마다치 않겠다는 생각이 굳건하다. 이제 D-1년 앞으로 다가온 총회 준비에 속도를 내는 정재근 UCLG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사진=이성희 기자 |
▲우선 세계 여러 도시의 경쟁을 물리치고 허태정 대전시장과 시민단체, 시민들이 힘을 모아 유치한 세계총회를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 대전은 1989년 직할시로 승격됐다. 당시 정부는 "대덕연구단지도 완성됐고, 대전이 직할시가 됐으니 명실상부 과학도시 대전을 세계에 알리자"라고 얘기했다. 이를 계기로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EXPO)를 추진해 대전을 명실상부한 과학도시의 메카가 되게 만드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를 성공리에 해내면서 함께 참여했던 대전 시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은 실로 대단했었다.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에도 대전에서 개최한 국제행사는 꾸준히 있었다. 국제우주대회, OECD 세계과학기술장관회의, 세계조리사대회, 국제양봉대회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사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전문행사다. 이에 반해 2022년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는 도시외교 차원에서 개최할 수 있는 세계최대규모의 국제행사로 UN에서 인정한 유일한 지방정부 연합체로서 전 세계의 지방정부가 모여 공통의 주제를 고민하고 연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UCLG 총회를 개최함으로써 93 엑스포 당시처럼 대전의 도시브랜드를 높이고, 다시금 국제도시외교의 중심도시로서 시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 도시 대전이 매력 있고, 우수한 인력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대전이 세계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도시임을 인정받는 밑바탕이 되고자 한다.
-지방정부가 중요하고, 총회를 통해 세계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는 MDGs(UN 새천년개발목표)를 UN 의제로 '빈곤탈피'와 같은 8대 목표 달성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개발도상국에 많은 지원을 했으나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주민 삶의 현장을 책임지는 지방정부로 서비스가 전달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고, 결국 중앙정부의 능력 못지않게 지방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2016년부터 세계 최대 목표인 SDGs(UN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추진하면서 국제사회는 지방정부와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큰 지방정부의 연합체인 UCLG는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UCLG에는 140개국 24만 여 개의 회원 도시가 가입돼 있는데, 인구 수천 명의 타운쉽에서 수백만 명의 메가시티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24개 도시가 가입돼 있고, 충청권 시·도지사 협의회도 회원으로 포함돼 있다. 세계에서도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중요성이나 규모 면에서 UCLG 총회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지방정부의 실정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UCLG는 대륙별로 조직이 있어 다양한 의견 수렴이 가능하다. 지방정부가 연대해서 바꿔야 할 부분들을 공통의제로 삼아서 논의하고 지방정부의 역할과 지위확보를 위한 활동을 한다. 세계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중요한 주제를 담론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UCLG의 역할이다.
-대전 2022 UCLG를 아우르는 큰 주제가 있다면?
▲전체 주제는 2019년 대전이 차기 총회로 결정될 때 대전시가 제안했던 주제가 될 것 같다. 여기에 남북 협력을 중심으로 한 세계 평화 구축,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의 실현, 주민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방자치와 분권 등이 주제다. 내달 바르셀로나에 있는 UCLG 세계사무국을 방문해 협의한다. 공식 주제 외에 대전시가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대전트랙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다.
그리고 참여국 도시 정상들이 참여하는 탄소중립선언, 세계평화선언 등을 통해 대전총회가 UCLG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총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기에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도록 종이 없는 회의와 최첨단 회의 운영 앱 개발 등 스마트 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총회 개최까지 1년여가 남았다. 앞으로 남은 주요 일정을 설명해준다면.
▲오는 10월 허태정 대전시장이 스페인 바로셀로나 현지 UCLG 세계사무국을 방문한다. 지난 7월 화상으로 대전시와 UCLG 총회 협약을 체결했는데, 이제 직접 방문해 협약 절차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대전트랙, 대전선언 등 대전형 프로그램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11월에는 세계 이사회를 여는 총회 관련 주요 의제를 결정한다. 그 후 자매·우호도시를 초청하는 등 도시 정상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도시 외교활동도 진행한다. UCLG 회원도시 참여국 윤곽은 내년 6~8월 모집 후 집계할 전망이다.
사진=이성희 기자 |
▲조직위 직원들을 시에서 우수한 자원으로 충원해 능력이 기대 이상이다. 사무국에 외부 전문가가 올해 1월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전시민의 참여를 증대시켜 능력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특히 국제행사 경험이 많은 조직위 이사들과 내부 자문단, 파트별 TF를 구성해 경륜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있다. 제2회 UCLG 총회가 열렸던 제주를 방문하고 현재 열리고 있는 각종 전시회 참관과 행사 담당자 방문 협의를 통해 실무 프로세스를 체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분을 공동위원장을 모실 수 있도록 시장께서도 고민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신다면.
▲대전에서는 93 대전엑스포 이후 30여 년 만에 갖게 되는 가장 큰 국제행사다.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런 큰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전과 대전시민이 능력을 개발하고 결집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 힘은 88올림픽과 대전엑스포가 그랬듯이 행사가 끝난 후에도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글로컬(global+local), 국가 브랜드보다 도시 브랜드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세계 최대 지방정부 국제기구의 가장 크고 중요한 회의를 대전에서 유치하게 된 것은 대전시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30년 전 대전엑스포로 대전을 알렸듯 30년 만에 과학수도이자 스마트시티로서의 대전 위상을 세계에 알릴 기회다. 총회 이전과 이후 대전의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가치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회의가 주요 프로그램이지만, 총회 한 달 전후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의미있고 재미있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 대학생의 참여를 높이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국제회의 진행 과정에 봉사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국제 마인드를 높이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UCLG를 통해 대전 시민들이 자긍심을 높이고 도시 브랜드를 한껏 높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대담=윤희진 정치행정부장·정리=이해미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인터뷰는 코로나19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정재근 UCLG 사무총장은?
▲충남 논산 출생 ▲대전고 ▲고려대 행정학과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대전시, 충남도, 내무부, 대통령비서실 등 근무 ▲행정자치부 차관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현 대전세종연구원장 (2022 UCLG 사무총장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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