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
최근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유산이고 우리 민족의 원형성을 나타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일성'이 갖는 배타적 의미와 그동안 집착된 이데올로기로 말미암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우리 사회는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방적이고 국제적 교류가 확대되고 세계시민의식과 보편적 공동체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역동적 현상을 감안해 봤을 때 우리가 단일 민족 공동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산업 연수생 제도가 도입되고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증가하고, 결혼 이주 여성의 급증과 외국인 유학생의 유입에 따른 외국인 체류 인원의 증가는 자연히 한국 사회의 구성원 분포도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공동체 내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다양성의 실제적 모습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물론 다문화 사회를 규정하는 외국인 비율의 객관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고 외국인 수가 한국 전체 인구에 10%도 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를 다문화 사회라고 진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가 급속하게 글로벌화 되어 가는 현실과 한국 내 외국인 수가 4% 이상이 되어 2백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구 유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 대비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가 5% 이상을 차지하고 이로 인한 문화적 다양성이 표출되고 있어 이제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급격하게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문화와 정체성을 상호 인정하면서 사회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는 문화 상대주의 입장에서 이들에 대한 '차이'를 인정(acceptance)하기보다는 자민족 중심주의에 경도되어 '차별'하고 부인(denial)하고 있다. 더욱이,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에는 국내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즉, 급속한 경제 성장에 기인한 고용 증가와 이른바 3D 직종의 기피 현상에 따라 산업 인력이 부족해지자 우리나라는 1993년 산업 연수생 제도를 도입했으며, 2003년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를 제정하였고 2004년에는 고용허가제를 시행하였으며, 2007년부터는 기존 외국인 산업 연수생 제도를 고용허가제로 통합·실시하면서 이주 노동자의 유입이 증가하여 현재 54만 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유입 인구의 대부분은 단순 노동 인력이어서 한국 사회에서 차별적 대우와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제결혼의 증가에 따른 다문화 가정의 수는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국어의 미숙으로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가정 내 교육적 지원의 미비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학교생활 부적응과 정서 불안 및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에 대한 교육적 배려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니 다문화 가정의 가족 기능을 강화하는 등 바람직한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외국인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 교육에서 언어 장벽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이 겪는 어려움의 중심에는 언어 문제가 놓여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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