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잘난 물건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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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잘난 물건 TV

주종순/ 수필가

  • 승인 2021-09-11 07:43
  • 수정 2021-09-11 07:4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TV는 요술 상자다. 이 요술 상자는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 산골짜기며 외딴섬까지도 TV는 실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차지한다.

누가 말하기를 TV는 바보상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절대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어떠한 물건이라도 사람의 개성이나 필요에 따라 가치가 부여되는 점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TV의 시청을 즐긴다

언제나 TV를 시청할 때에는 내가 알아야 할 상식을 배우는 채널과 스트레스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 그리고 내 취미생활에 호감을 끄는 프로그램을 찾다보니 다양한 채널중 한 가지만 켜놓고, 몰두해 있는 시간에도 더 유익한 프로를 놓칠까 봐 리모컨을 들고 본다.



그 만큼 TV는 나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다. TV를 시청하는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지는가는 그 사람의 성격으로 판단하겠지만 나는 나만의 TV를 즐기며 희망을 갖는다.

그렇다 보니 고민중이나 편할 때, 피로할 때도 TV에 눈을 둔 채 머릿속은 시시각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TV를 보다가 문득 깨닫는 바가 있으면 핸드폰 메모지에 옮겨 적으면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전달 매체로서의 기능을 잘 응용하고 있고, 나야말로 TV는 주변을 지켜주는 사람 한 명 한 명 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TV는 우리들의 가정생활에 있어 절대적으로 제일 한가운데에 자리를 차지하며, 가족들의 문화생활의 중심에서 대화의 장까지도 주도한다.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 내에 우리들의 가정에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개체로서의 위치를 굳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사실 TV와 폰이 없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을 만큼 중요한 필수품이 되었고, 보이지 않는 지구의 구석 끝까지 한 자리에 앉아서도 사람 사는 발전상을 어떻게 알겠는가!

숙명여대 서영숙 교수는 "TV를 끄고 인생을 켜라!"고 하면서 TV 안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의 TV 시청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많기 때문이다. 'TV는 바보상자'라는 말도 구식이다. 다양한 채널, 그중에는 유익한 프로그램도 없지 않다. 뉴스는 세상사의 다이제스트다. 다큐멘터리는 때로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참신한 창이 된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무장해제'시켜주는 예능 프로그램의 고마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깊은 산속에서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산사람 이야기도 흥미 진진하다.

그런데도 "TV 한번 꺼보라"고 권유하는 숙명여자대학교 서영숙 교수의 속내에는 삶에 대한 시간을 더 가져보라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서교수는 말한다.

"하루 세 시간, 여든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자그마치 10년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TV를 보는 셈이죠. 하루하루 일상적으로 볼 때는 끔찍하지 않지만, 일생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시간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저도 보육 전공이라,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조금 더 절제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그러나 우리 가정은 부모님을 비롯해서 나와 사촌 언니도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TV가 없으면 한 시도 살 수가 없이 불안하다. 가족과의 대화가 없더라도 함께 모여앉아 TV를 보고 있노라면 아픔도, 고독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난 TV에게 '잘난 물건'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하면서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주종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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