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일본소설 '대망'의 출판사 대표 사망으로 저작권 재판 종결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대망'은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八, 1907.01.11. ~ 1978.09.30.)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여러 작가가 쓴 역사소설을 동서문화사가 3부로 엮어 1975년부터 내놓은 책이다. 각부 12권으로 36권에 이른다. 일본에서 발행된 '도쿠가와 이에야스' 원작만도 26권이며, 권 당 400쪽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 등에서 대단한 베스트셀러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서가에 대망이 꽂혀 있다', '회장님들의 애독서'라든가 광고도 많았던 기억이다.
저작권법이 없었던 시절에는 무단 복제가 만연하였다. 일명 해적판이다. 예술가가 가난하게 살아야하는 원인의 하나였다. 이에 저작자 보호를 위한 운동이 유럽에서부터 일어났다. 1887년 12월 4일 마침내 저작권 관련 다국적 협약이 최초로 만들어졌다. 이른바 '베른협약'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협약에 가입하였다. 저작자 생존 및 사후 50년까지 권리를 보호한다.
그 이전에 출판된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아 추가 인쇄 및 유통할 수 있었으나, 동서문화사가 2005년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대망' 저작권 분쟁이 시작되었다. 기사에 의하면, 1심에서는 내용이 동일하지 않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출판사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700만원으로 감형됐으나, 대법원은 새로운 창작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파기 환송심 도중 출판사 대표가 사망하여 공소 기각되었다.
우리는 일본 역사하면, 임진왜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6 ~ 1598)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싶다. 침략의 원흉이기도 하지만, 극악무도했기 때문이다. 그의 악독함은 정유재란때 일본에 끌려가 4년간 억류되었던 강항(姜沆, 1567.06.23. ~1618.06.07. 조선 문신, 의병장)의 '간양록'에 잘 나타난다. 조선인 코를 베어 소금에 저려오라거나, 조선인의 씨를 말린 뒤 일본인을 조선 땅에 살게 하려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일본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천하 통일 위업을 달성한 인물로 평가된다. 운명을 스스로 바꾸기 위해 손금을 칼로 연장하기도 했으며, 무슨 일이고 철저하고 열심이었다. 주군을 최상으로 모셨다. 청소로 빛나게 한 화장실 관리, 따뜻한 신발 대령, 자신의 돈을 써가며 싸고 좋은 물건을 사오는 장보기 등 정성을 다하는 일화가 많이 전한다. '원숭이'는 생긴 것 때문에 만들어진 별명이겠지만, 원숭이가 나무 타는 이상의 재주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주군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 ~ 1582)이다. 일본 전국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해 나선 최초의 인물로 평가된다. 대단히 혁신적이고 적극적이다. 1543년 포르투갈 상인이 일본에 상륙하였는데 그때 전하여진 것이 조총이다. 발사 속도가 느려 다른 사람은 외면할 때, 적극 수용하여 3중 연속사격 전법을 개발, 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지나친 불같은 성격으로 부하들의 배신을 불러와 49세의 나이로 불속에서 자결한다. 이에 "적은 혼노지(本能寺)에 있다"는 말이 만들어졌다 한다.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 ~ 1616)는 히데요시나 노부나가와 같이 천부적 자질이 강조되지는 않는다. 인내심과 끈기의 화신, 평화주의자로 그려진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가 끝까지 성장하는 인물이다. 늙은 너구리로 부정 평가되기도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내에서 힘을 비축하여 강력한 정적들을 제압하고 쇼군이 된다. 실제 그의 마음은 어떠한지 모르나, 혼란의 시대였던 센코쿠시대(일본 전국시대) 막을 내리고, 에도시대를 엶으로서 이후 평화가 지속된 것은 사실이다. 에도막부가 통치를 시작한 1603년부터 메이지유신이 일어난 1868년 까지 사회 안정으로 급격한 경제 발전과 일본 역사에 유래가 없는 번영을 이루었다. 가부키(歌舞伎), 우키요에(浮世繪)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다.
위 세 사람의 리더십이 인구에 많이 회자된다. 소위 '울지 않는 두견새' 이야기다. 혁신가였던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야 한다"고 했다. 타이밍의 귀재, 공격적, 창조적, 진취적 자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도록 해야 한다"했다. 끈기의 전략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 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배은숙 교수는 강의에서 오다 노부나가의 혁신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실행력,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내력을 겸비한다면 누구나 탁월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