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바 재료들 대부분 생소하기 때문에 구매 어려워
기존 샴푸에 비해 머릿결 뻣뻣해지고 잘 부서져 불편
중도일보는 기자가 직접 일상생활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체험해보고, 독자들과 그 방법과 공유하는 'REE-PORT:친환경 보고서'를 기획 연재합니다. REE-PORT는 Recycle(재활용), Eco-friendly(친환경)과 체험을 뜻하는 Experience의 앞글자를 딴 REE, 보고서를 뜻하는 Report를 합친 말입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작은 걸음을 시작한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편집자 주>
샴푸바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 대부분 일반인이 접하기엔 생소한 첨가물 이었다. 김지윤기자 |
우리 삶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플라스틱은 사용량이 급속도로 늘면서 이제는 곳곳에서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부터 플라스틱 용기까지,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우리에게 익숙한 세제를 사용하는 용기에게 눈이 갔다. 매일 머리를 감는 일상에서 액체 형태의 샴푸를 담으려면 어쩔수 없이 투명 플라스틱 병이 사용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샴푸바'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샴푸바는 기존 샴푸와 다르게 고체 형태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새롭게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른 샴푸바를 직접 만들어보고 사용해 보기로 했다. .
사실 샴푸바를 만드는 첫 과정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샴푸바에는 계면활성제를 포함한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그 재료들을 판매하는 곳도 적을뿐더러 대부분 대용량으로 판매하고 있어 가격 저렴한 편이 아니라 1회용분만 만들기 위해 구매하기엔 꽤 부담스러웠다.
'이번 실천 과제를 변경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순간, 기적적으로 동기 기자가 저렴한 가격에 샴푸바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줘 한숨을 돌렸다.
대전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샴푸바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는 한 수녀원이 있다는 것이다. 2만 원만 지불 하면 재료들을 제공해 준단다. 사설 샴푸바 클래스에 비하면 2배나 저렴한 가격이다. '땡 잡았다'며 내적 기쁨이 샘솟았다.
구연산, 천연계면활성제, 헥산디올, 디판테놀 등 샴푸바 수업에서 마주한 재료들은 대부분 생소한 것들 이었다. 또한 샴푸바는 기존 샴푸와 다른 재료가 들어갔는데 바로 '천연계면활성제'였다. 천연계면활성제는 석유에서 추출한 기존 계면활성제와 달리 식물에서 추출했기 때문에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했다.
샴푸바를 만드는 과정. 모든 재료를 한 곳에 넣고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김지윤기자 |
그늘에서 3일 말린 뒤 완성 된 샴푸바. 김지윤 |
3일 정도 그늘에 완성품을 놓고 말렸더니 그런대로 단단해 졌다. 마치 돌맹이 처럼 볼품은 없었지만, 세정력은 기존 샴푸와 다르지 않게 깨끗하게 잘 닦였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마치 빨래 비누로 머리를 감은 것 마냥 머릿결이 뻣뻣해져 트리트먼트를 3번이나 사용해야 했다. 또한 고체 형태이기 때문에 쉽게 금이 가고 부서 졌기 때문에 샴푸바를 담을 망을 따로 구매해야 할 정도였다.
기업에서 만든 샴푸바도 마찬가지로 같은 불편함이 있었다. 만드는 과정은 참 쉬웠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환경을 보호한다는 사명감 말고는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만들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존 샴푸에 비해 가격이 2~3배가 넘는데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용해야 하는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남은 제품은 빨래를 할 때 사용하고, 다른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줄이고 샴푸는 기존 제품을 사용해야지. 내 머리는 소중하니까.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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