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장을 늦춰도 '좋은 삶'은 가능한가?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기고] 성장을 늦춰도 '좋은 삶'은 가능한가?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 승인 2021-09-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1061601001106500042491
51년 전 새마을운동을 시작할 때 '잘 살아보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 당시는 빈곤을 탈피하기 위해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을 강조하였지요. 지금의 목표도 역시 '잘 살아보자'인데, 경제성장을 이룩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정신적, 문화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의미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수단은 마찬가지지만, 새마을운동을 전개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요. 그것은 경제성장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51년 전에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미덕이어서 '많이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채식보다는 고기를 먹자', 그리고 자동차 소유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금은 '물을 절약하자', '전기를 절약하자', '쓰레기를 줄이자', '채식 식단을 꾸리자', 자동차 대신 걷기를 권장하는 등 소비의 축소가 '좋은 것'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자들의 견해는 갈리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현대의 위기는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심화라고 진단하는 데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이것의 해소방법은 차이가 있지요. 경제성장을 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성장신화에서 벗어나 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적정수준에서 경제규모를 유지한 채 새로운 번영을 이루자는 주장도 있지요. 이렇게 신자유주의의 뿌리를 유지한 채 경제성장이라는 매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정치사회제도의 변혁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좋은 삶'에 비중을 두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녹색성장 같은 담론이 여기에 속하지요.

이러한 논의에 더해 최근에는 성장을 멈추는 것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다름 아니라 '탈성장' 담론이지요.

최근 요르고스 칼리스 교수 등 생태경제·정치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저술한 <탈성장, Degrowth>가 바로 그 연구입니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Degrowth를 탈성장으로 번역하였는데, 그 뜻을 풀이하면 '성장형 경제 시스템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 할 수 있음. <디그로쓰> 9쪽 참조) 이 개념에는 많은 의문과 반론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과 소비의 감축이 지구환경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일자리와 소득의 감소로 빈곤과 불평등은 급격히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한편 경제성장의 지나친 추구가 기후위기와 불평등 그리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으며 이러한 기후위기나 팬데믹 현상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지구의 종말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누구도 이 논쟁에서 완전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대체에너지 사용과 물자절약, 그리고 돌봄과 나눔 등 사회적 실천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3.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