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
일부 은행은 사상 초유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중단으로 대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출 보릿고개'는 더욱 심화 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능력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분위기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요구에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신규 취급분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70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으로 줄였다. 생활자금 등 돈이 급할 때 기댔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한도 50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지난 5월에는 고신용자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1억 원에서 7000만 원, 마이너스 통장은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줄인 바 있다.
이에 앞서 농협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이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 축소 칼을 빼 들었다.
신용대출 규제로 대출수요가 마이너스 통장으로 몰릴 것을 대비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최대한도를 5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기존 최대한도는 1억 원이었다.
신규, 대체상환, 증액 건에서만 적용됐다. 다만, 만기가 도래하는 한도 재약정 등의 기존 여신의 기한연장은 적용하지 않았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최대 5000만 원으로 줄였고, 우리·신한은행은 올해 초 5000만 원으로 낮춘 바 있다. 농협은행만 연 소득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이너스통장 이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은행권의 가계대출 축소로 실수요자 피해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하거나 한도 재약정 등을 앞둔 금융소비자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세종에 거주하는 A씨는 "아파트 분양을 위해 지난달 최대한도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해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 등으로 필요한 자금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부족한 금액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메우려 했는데 한도가 줄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고객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이번 대출 한도 축소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에 직장은 둔 B 씨는 "2년 전 아파트 구매 자금으로 1억 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사용하고 있다. 이번 대출 규제에 적용될까 심란했는데 다행히 포함되지 않았다"며 "다만, 향후 '한도 재약정' 시기가 도래하면 5000만 원을 갚아야 해 걱정이 많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서민들의 피해 정도를 파악해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불만 목소리를 냈다.
박병주 기자 can790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