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생태적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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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생태적 삶을 위하여

이은봉(시인, 대전문학관 관장, 광주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9-08 15:52
  • 신문게재 2021-09-09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이은봉
내년 4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고, 6월에는 지자체 선거가 있다. 그러니만큼 이 나라가 지금 선거의 열기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의 열기가 한창인 중에도 거듭해 언론에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탄소 제로(carbon zero) 혹은 탄소 중립이 그것이다. 이때의 탄소야말로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한 탄소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를 태울 때 주로 배출된다.

이런 연유만으로도 탄소 제로나 탄소 중립이라는 말은 운동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환경보호를 통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제로(0)로 만드는 운동 말이다. 석탄에너지나 석유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근대적 산업 활동이 계속되는 한 탄소의 양을 줄이기는 어렵다. 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의 하나이다. 온실가스의 증가로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구생태계가 완전히 붕괴하고 만다고 한다. 지구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탄소 제로 운동은 필요하다.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나 풀 등 식물들과 더불어 사는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석탄, 석유, 석탄 등 화석 연료의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밖에 바람이나 햇빛 등 자연에너지의 양을 증대시키는 일 등도 탄소 제로 운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생태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이기도 하다. 생태모순을 극복하지 않고 좀 더 진전된 역사, 곧 '근대 이후'를 바로 살기는 어렵다. 생태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급모순, 민족모순을 극복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생태모순이 민족모순, 계급모순과 함께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3대 모순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박정희의 군사독재 이래 나는 줄곧 이 나라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왔다. 이때의 민주화운동이 민족모순, 계급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해왔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와 동시에 그동안의 민주화운동은 생태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운동과도 힘을 합쳐왔다.

자본주의 이후의 삶은 개별 인간에게도 닥쳐오기 마련이다. 준비하지 않고 자본주의 이후의 곧바로 삶과 마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게 되면 곧바로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삶과 맞닥뜨릴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를 위험의 도가니 속에 밀어 넣고 있는 코로나-19도 지구생태계의 위기와 깊이 연루되어 있다고 한다. 지구생태계의 위기가 자연 속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를 인간 속으로 불러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질병이 인류에게 가할 위험을 생각하면 끔찍하게 두렵다. 올해 11월쯤 되면 연속해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은 인구 비율이 70~80%쯤 된다고 한다. 그때쯤 되면 국민 모두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까. 온실가스를 생산하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하는 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삶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근대 산업화와 함께해온 생태모순을 극복하려면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은 비닐제품이나 플라스틱제품을 쓰지 않는 것 등이 그것의 중요한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일선에서 은퇴한 나는 생태적 실천의 하나로 조그만 농토를 일구고 있다. 밭뙈기를 하나 장만해 기계나 농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삽과 괭이, 호미와 쇠스랑 등만으로 나무를 키우고 채소를 가꾸며 탄소 제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자연의 심성과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은 아직도 농업이 유일하다. 돈을 버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농사일처럼 생태적인 노동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가장 생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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