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학교폭력 문제에서 피해자가 바라는 것은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여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처벌만으로 피해가 회복되거나 잘못을 깨닫는 경우는 드물다.
응보적 정의는 잘못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여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보다 문제 중심의 인식이 확대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해 조직과 집단을 문제 집단으로 보게 만든다. 타인의 행동과 정서를 거울처럼 반영하고 공명하여 반응하는 신경세포인 거울 뉴런(mirror neuron) 연구는 처벌 중심 훈육을 통해 문제행동을 수정하거나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처리하는 방식을 배운다고 경고한다. 많은 범죄자들이 처벌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어 죄값을 치르는데 그가 반성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복적생활교육은 긍정적인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체 전체에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함께 이야기하기는 내가 경험한 것이 나만 경험한 것이 아니라는 공감과 안심의 과정이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유대감과 친숙해지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무의식 속의 우리 안에 일어나는 소외와 배제, 우열을 없애고 삶의 양식, 존재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아 성찰의 과정이다. 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일로 나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우리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충분히 얘기해서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경험한다면 자신의 문제에 기꺼이 책임지려고 할 것이다.
회복적생활교육의 문제해결 과정은 문제행동이나 갈등을 다룰 때 고통이나 수치심 주기의 방법이 아닌 존중을 바탕으로 어긴 규칙보다 상처 입은 관계에 초점을 두며 처벌보다는 행동의 결과와 영향을 알고 서클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하기, 함께 듣기, 피해와 영향을 바로잡기,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자발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 해결역량을 키우고 배움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함께 이끌기 과정이다.
충남교육청에서는 학교에서 처벌을 통한 통제가 아닌 피해와 관계를 회복하여 존중과 신뢰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관계 중심 생활교육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비폭력대화나 회복적생활교육에 기반을 둔 교사교육, 관계 회복과 자존감 회복으로 학생을 지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교육 주체로 바라보고 학교문화를 전환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동체가 상호존중과 신뢰의 문화 안에서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통제하는 규칙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 존중의 약속을 만들어간다면 학교도 사회도 안전하고 신뢰로운 공간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