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죽지 않는 것' 연작 |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2021 아트랩 대전 네 번째 시리즈로 강철규 작가의 전시 '단편집: 죽지 않는 것들'을 선보인다.
아트랩 대전은 젊고 창의적인 청년 작가들을 선정해 전시공간을 지원하는 이응노미술관의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신수장고 M2 프로젝트룸에서 이달 28일까지 열린다.
강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회화에 적용한다. 사회 문제나 경험 등을 소재로 가져와 마치 소설처럼 가상 인물을 만들고 허구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죽지 않는 것, 기묘한 인간들의 출처, 루프 드림 등 총 9편의 연작 시리즈 작품이 전시돼 있다. 단편소설처럼 작품마다 화자가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강 작가는 "그동안 자전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지만 개인적인 얘기를 드러내며 돈을 버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며 "가상의 이야기를 전달하면 더 오래 회화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 까란 생각에 처음으로 허구 이야기를 이미지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술작가뿐 아니라 소설 작가로도 활동하고 그는 작품 작업을 할 때도 원고를 쓴다. 원고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연상해 그림을 그리거나 원고와 그림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다. 텍스트는 강 작가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유령(Ghost). 45x53cm. oil on canvas. 2021 |
그 중 첫 번째 작품인 '죽지 않는 것(Not to die)'은 성범죄를 겪은 여성의 트라우마를 표현했다. 네 번째 작품인 '화학반응'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향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뉴스에 나오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가져오거나 작가 본인에게서 몇 개의 키워드를 따와 각색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는 화자가 여러 명이고 각각의 화자에 이입해 만든 이야기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내가 생각하는 '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화자들의 '죽지 않는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단 그저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한다. 그는 "소설을 읽는 이유는 허구의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자기 스스로 화자가 돼 내용에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울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핍 없는 인간은 없으니, 자기 안에서 죽지 않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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