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속으로④] 대전 갈마동 빌라 살인사건 : 완전범죄는 없다

[그날의 기억속으로④] 대전 갈마동 빌라 살인사건 : 완전범죄는 없다

평온하지 않았던 20대 여성의 삶… 처참한 현장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부침가루 곳곳에 흩뿌려져
증언과 현장에 남은 쪽지문·족적 수사 '현재진행중'

  • 승인 2021-09-06 16:34
  • 수정 2021-09-06 17:26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그날의 기억속으로




평온하지 않았던 20대 여성의 삶… 처참한 현장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부침가루 곳곳에 흩뿌려져
증언과 현장에 남은 쪽지문·족적 수사 '현재진행중'

 

 

현장은 참혹했다. 영화의 한 장면과 닮아 있었다. 시신은 부패해 있었고 주변엔 하얀 부침가루가 흩뿌려졌다. 세간은 이 사건을 '갈마동 빌라 부침가루 살인사건'이라 부른다. 지난 2005년 11월 2일 오후 1시께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빌라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신원 확인 결과 20대 여성 김 씨였다.

김 씨의 삶은 평온하지 않았다. 젊은 나이 한 남성을 만났고 아이를 낳아 키우던 중 결별하게 된다. 홀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 이 남성과 재결합을 약속했다. 살림을 다시 합치기 전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김 씨는 영영 자녀와 남성을 다시 만날 수 없는 영혼이 됐다. 김 씨의 시신은 남성에 의해 발견됐다. 며칠 동안 연락이 되지 않은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방문했다 처참한 현장을 마주한 것이다.

곧장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김 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경찰이 추정한 김 씨 살해일은 10월 29일 새벽 2~3시께다. 살해 추정일 하루 전인 10월 28일 오후 8시 30분께 김 씨는 남성과 통화를 했다. 이어 새벽엔 당시 김 씨가 출근하던 업소의 업주와 헤어졌다. 1시 48분께 업주와 마지막 통화가 김 씨의 마지막 행적이다. 새벽 3시께 김 씨의 친구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DD
사건 현장 모습
그렇게 발견된 김 씨의 시신은 부패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다. 보일러 온도가 높게 설정돼 있어 부패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부검 결과 김 씨의 갈비뼈 여러 대가 부러지고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타살의 흔적이 있는 의견을 냈다. 정확한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 내장 곳곳이 파열돼 있었다.



경찰은 김 씨가 거주하던 집 출입문과 창문 등에 강제 침입한 흔적이 없고 사체에 반항한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사건 초기 면식범에 의한 소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2005년 11월 3일 5면 하단 단신
2005년 11월 3일 중도일보 5면 사회면에 게재된 당시 사건 보도.
현장엔 몇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범인이 범행을 은폐하려는 듯 부침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TV가 큰 음량으로 틀어져 있었다. 발견 당시 김 씨는 갓 외출에서 귀가한 듯 겉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는데 범인이 현장 소리를 차단하려는 듯 TV를 크게 틀어놓은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본격 수사를 진행하던 중 경찰은 결정적 제보 하나를 받는다. 김 씨 살해 추정 시간께 인근 현장에서 수상한 남성 한 명을 태웠다는 택시 기사의 제보였다. 당시 이 남성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남성이 내린 자리에는 흰 가루가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남성에 대한 단서는 여기까지. 이후 행적을 쫓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전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은 16년 전 사건의 그림자를 계속 쫓고 있다. 범인이 완전범죄를 꿈꾸며 부침가루를 뿌렸을지언정 세상에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당시 현장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단서가 남아 있다. 부침가루 봉지에 남겨진 범인의 쪽지문과 집안에 남겨져 있던 족적이다.

경찰은 당시 현장의 단서와 새로운 제보 등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오래 전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제보에 열려 있다. <제보 전화 042-609-2772 / 010-2062-4446>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