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언론중재법 '8인협의체' 벌써 삐걱

민주 "언론개혁법안 패키지 논의"
국힘 "3대 독소·위헌 조항 걷어야"
언론단체 불참 선언도 부담 작용

연합뉴스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사진왼쪽)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여야가 27일 언론중재법 처리에 합의했지만 실무논의 기구인 '8인 협의체' 가동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법안 논의를 위한 범위와 내용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 정치권 안팎에선 법안 처리까지 가시밭길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취지도 지켜내고 여타 언론개혁 법안까지 '패키지'로 밀어붙이겠다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27일 본회의에서 결론을 내려야 하니 협의체에서는 더 치열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언론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예고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1인 미디어 가짜뉴스 방지, 뉴스포털 알고리즘 등 법안들도 정기국회 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특위(협의체)에서 같이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유엔 보고서도 당내에 공식 회람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주장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삭제, 열람차단청구권 삭제 등의 경우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 극히 일부 예외 사항을 빼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가 짙다.

반면,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합의처리에 응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맞서면서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추정, 징벌적 손해배상, 열람 차단 청구권을 '3대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협상의 여지는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의체 대화가 건설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유엔(UN)과 언론단체가 우려한 독소 조항인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우선적으로 포기 선언을 하라"고 촉구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3대 조항을 두고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위헌이라 폐기돼야 할 조항"이라며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인 협의체의 활동 기한이 본회의 하루 전인 26일까지로 한정된 가운데 구성이 제대로 속도를 낼지도 불투명하다.

당장 주요 5개 언론단체가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양당 간 합의는 예상되는 충돌과 강행 표결 처리를 한 달 뒤로 미룬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언론계 인사들의 참여 없이 강행처리 명분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고민이 깊다.

국민의힘도 언론계 인사나 언론학자들을 중심으로 외부위원 2인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