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신비로운 탄생과 엄숙한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설레는 기다림

  • 문화
  • 문화/출판

[올랑올랑 새책] 신비로운 탄생과 엄숙한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설레는 기다림

동화책 '여름이의 새구두', '물난리',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 승인 2021-08-30 13:06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새구두
/게티이미지뱅크
'나'라는 '자아'가 생기면서 인간에게 영원한 화두는 '삶'과 '죽음'이다.

우리는 어떻게 왜 태어났는지, 죽음은 어떤것인지, 죽음 이후의 세상은 어떤 것인지.

세상의 온갖 것들이 궁금증 투성이인 어린아이에서부터, 아슬아슬한 생명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노년까지 아무도 완벽한 설명을 할 수 없는 죽음은 두렵고 모호한 미지의 영역이다.

이제 생명의 꽃을 피우는 아이에게 삶은 무엇일까?



탄생과 기다림, 그리고 죽음을 다룬 동화책 3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물난리'(폴린 들라브루와 알라르 글, 까미유 주르디 그림, 바둑이하우스 펴냄, 40쪽)가 탄생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면, '여름이의 새구두'(최은 글, 그림, 바람의 아이들 펴냄, 44쪽)는 기다림에서 오는 설레임,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임경희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28쪽)은 제목 그대로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탄생 그 위대함에 대하여 '물난리'=과학적으로 볼때 지구와 인간의 70%는 물로 이뤄져 있다. 양수라는 자기만의 세계가 깨져야 비로소 탄생하는 인간의 삶은 과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물'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낳게 한다. '물난리'는 어느날 밤 엄마의 아빠의 옆에 생긴 물바다와 아무렇지 않게 고장난 세탁기탓으로 돌린 아빠, 이로 인해 주인공 니노가 세탁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와버린 니노의 느닷없는 여행은 작가인 폴린 드라브루와 알라르가 자신의 아이인 '이렌느'를 낳은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물=생명'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한 순간을 그린 '물난리'는 '자아'가 생긴 어린이들에게 탄생을 과정을 환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느닷없이 동생을 맞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 동생이라는 존재를 경이롭게 보여준다.



▲긴 기다림이 가져온 삶의 '설레임'=여름의 새구두는 '수제화'라는 낯선 소재를 통해 기다림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단 한사람에게만 맞는 구두인 '수제화'를 맞추고 열흘 동안 그 구두가 나오는 과정을 기다리는 '여름이의 새구두'는 인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통해 삶의 의미와 삶에 대한 자세를 얘기한다.

그래서 책은 여름이가 완성된 구두를 받아들고, 그 뒤의 얘기를 하기 보다는 점점 부풀어올랐다가 지쳐가는 여름이의 세밀한 묘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너무 길었고,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날'을 통해 무엇가를 원하고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바로 기쁨과 만족감으로 보답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 단하나의 나의 맞춤 구두를 얻기 위한 기다림과 그 신발을 길들여 세상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과정은 살면서 마주하는 낯선 경험들로 가득한 삶 그자체다.

또한 소설은 대량생산되는 기성품 속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구둣가게 아저씨를 통해 인생의 소중한 것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죽음, 두렵지 않은 그 미지의 영역=우리에게 죽음은 늘 미지의 영역이다.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기도 했다.

코로나 19로 모임이 제한되면서 개인들의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져간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은 죽음과 관련된 17개의 중요 키워드를 통해 죽음을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죽음에 관한 정의에서 부터, 삶의 유한성, 죽음과 순환, 영혼 여부 등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것은 물론 자신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위해 어떻게 삶을 대해야 하는지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책에서 죽음은 결코 어둡고 터부시되는 영역이 아닌 삶의 반짝이는 한 순간으로 다룬다.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치유 과정, 가까운 이를 떠나 보낸 후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 등도 말한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며 '삶을 사랑하는 방법서'이기도 하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