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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왜 태어났는지, 죽음은 어떤것인지, 죽음 이후의 세상은 어떤 것인지.
세상의 온갖 것들이 궁금증 투성이인 어린아이에서부터, 아슬아슬한 생명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노년까지 아무도 완벽한 설명을 할 수 없는 죽음은 두렵고 모호한 미지의 영역이다.
이제 생명의 꽃을 피우는 아이에게 삶은 무엇일까?
탄생과 기다림, 그리고 죽음을 다룬 동화책 3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물난리'(폴린 들라브루와 알라르 글, 까미유 주르디 그림, 바둑이하우스 펴냄, 40쪽)가 탄생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면, '여름이의 새구두'(최은 글, 그림, 바람의 아이들 펴냄, 44쪽)는 기다림에서 오는 설레임,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임경희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28쪽)은 제목 그대로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탄생 그 위대함에 대하여 '물난리'=과학적으로 볼때 지구와 인간의 70%는 물로 이뤄져 있다. 양수라는 자기만의 세계가 깨져야 비로소 탄생하는 인간의 삶은 과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물'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낳게 한다. '물난리'는 어느날 밤 엄마의 아빠의 옆에 생긴 물바다와 아무렇지 않게 고장난 세탁기탓으로 돌린 아빠, 이로 인해 주인공 니노가 세탁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와버린 니노의 느닷없는 여행은 작가인 폴린 드라브루와 알라르가 자신의 아이인 '이렌느'를 낳은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물=생명'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한 순간을 그린 '물난리'는 '자아'가 생긴 어린이들에게 탄생을 과정을 환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느닷없이 동생을 맞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 동생이라는 존재를 경이롭게 보여준다.
▲긴 기다림이 가져온 삶의 '설레임'=여름의 새구두는 '수제화'라는 낯선 소재를 통해 기다림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단 한사람에게만 맞는 구두인 '수제화'를 맞추고 열흘 동안 그 구두가 나오는 과정을 기다리는 '여름이의 새구두'는 인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통해 삶의 의미와 삶에 대한 자세를 얘기한다.
그래서 책은 여름이가 완성된 구두를 받아들고, 그 뒤의 얘기를 하기 보다는 점점 부풀어올랐다가 지쳐가는 여름이의 세밀한 묘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너무 길었고,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날'을 통해 무엇가를 원하고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바로 기쁨과 만족감으로 보답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 단하나의 나의 맞춤 구두를 얻기 위한 기다림과 그 신발을 길들여 세상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과정은 살면서 마주하는 낯선 경험들로 가득한 삶 그자체다.
또한 소설은 대량생산되는 기성품 속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구둣가게 아저씨를 통해 인생의 소중한 것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죽음, 두렵지 않은 그 미지의 영역=우리에게 죽음은 늘 미지의 영역이다.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기도 했다.
코로나 19로 모임이 제한되면서 개인들의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져간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은 죽음과 관련된 17개의 중요 키워드를 통해 죽음을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죽음에 관한 정의에서 부터, 삶의 유한성, 죽음과 순환, 영혼 여부 등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것은 물론 자신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위해 어떻게 삶을 대해야 하는지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책에서 죽음은 결코 어둡고 터부시되는 영역이 아닌 삶의 반짝이는 한 순간으로 다룬다.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치유 과정, 가까운 이를 떠나 보낸 후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 등도 말한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며 '삶을 사랑하는 방법서'이기도 하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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