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 교수 |
한국의 대학에 유학한 기숙사 학생들은 20여 개월이나 매일 침대에서 책상까지의 두 걸음은 여전하지만. 팬데믹 이후 강의실을 방문한 적은 거의 없다. 내국인 20학번 학생들처럼, 저주받은 유학생들은 3학기 동안이나 학과의 휑한 실습실의 한 모퉁이에서 노트북만 두드리며 홀로서기 공부에 열중이다. 사무실, 지하철, 술집은 만원사례로 분주하고 들썩이는 데도 우리네 학생들로 가득해야 할 강의실은 적막강산이고, 복귀될 가능성도 거의 없을 듯하다.
어느 학생의 하소연이다. "저는 의욕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저는 CSR을 좋아합니다. 17살 때부터 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해서 기내 승무원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그의 좌절감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중단된(?) 학업과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잊히고 말 것을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 학생에게 지난 학기의 텅 빈 강의실은 자신의 자아상과 학업 성취도 사이에 큰 격차를 만들어 냈다. 전염병 이전에 그는 최고 학점을 받는 학생이었다. 그는 머리를 흔들며 현재의 성적을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 "비대면 강의와 세미나에서는 질문을 훨씬 적게 하게 됩니다. 대면에서는 편하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딴 판입니다. 실시간 강의를 켜면 모두가 듣기 모드로 바뀝니다." 교수와의 접촉 없이는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한다. 강의내용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현장에서 전개되는 생생한 담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봄 학기는 많은 학생에게 정서적 전환기였다. 교실 수업에 대한 희망은 높았지만 폐쇄된 강의실에 대한 실망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선술집과는 달리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지만, 대학의 대면 강의는 수적 제한도 있고 이웃 학생과의 일정 거리도 유지해야 한다. 또 다른 학생의 직설이다. "아무도 우리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토론의 주제는 개학, 가족, 노인 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정치에 의해 소외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어느 대학 관계자는 일반 중등학교와는 달리, 대학이 오프닝 담론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실제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도 한다. 기술적으로 대학은 중등학교보다 온라인 실시간 교육으로의 전환이 더 용이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학기는 많은 토론 없이 쉽게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경험적 사례를 꼽기도 한다.
한국에 유학 온 학생들의 피해는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비대면 강의는 학문적 퇴보의 의미뿐 아니라 문화적 고립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중앙아시아 유학생은 지난 학기 초 대전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학생 기숙사로 옮겼지만, 한국 학생들이 자택에 머물다 보니 기숙사는 이미 사막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유학생은 장기간 대전에서 머물고 싶지만, 사막에 내던져진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외롭기 그지없습니다. 대면 강의도 없고 사회적 접촉도 거의 없습니다. 도서관만 들락거립니다. 당연히 제 한국어 실력도 덩달아 퇴보했답니다."
학생들은 열을 올린다. "대학도 이제 문을 닫을 만큼 닫았어요. 이제 정상화할 대비책이 있어야 합니다." 2년제 대학의 학생들은 대면 강의 한 번 없이 졸업할 판이다. 그들도 9월 가을 학기에는 대학 건물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하지만, 델타 변이 창궐과 방역 실패로 낙관적인 기대는 거품처럼 꺼질 기세다. 대다수 대학은 이미 개강 콘셉트를 나름대로 구상한 상태지만, 지금까지의 공식적인 발표는 예나 진배없다. 선별적 대면 강의와 행사를 고려하고 있다지만, 대학생에 대한 예방 접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폭발적인 감염률로 캠퍼스로의 빠른 복귀에 대한 희망도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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