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거주 A씨가 주택담보대출을 진행하는 은행 직원으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 |
#. 세종시에 거주하는 A 씨는 주말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을 진행하던 은행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건네받았다. 이달까지 대출을 신청하지 않으면, 9월부터 인상된 금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A 씨는 서둘러 서류를 보완해 첫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은행을 방문해 대출을 실행하기로 했다.
#.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B 씨는 10월로 다가온 신용한도 대출(마이너스통장) 만기 연장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3% 중반이었던 대출금리가 4%대 중반으로 뛰어올랐는데, 기준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상환할 여력도 안 돼 앞으로 닥칠 금리 인상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년 3개월 만에 인상한 기준금리 여파가 시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예·적금 금리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에 대한 한숨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이 현 0.50%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자 시중 은행들은 이에 따라 금리 조정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오르기 전 이미 시중 금리를 조금씩 반영해왔지만, 내달부터 약간의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을 본격적으로 올릴 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먼저 정부에서 운용 중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이 내달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9월 금리를 전월 대비 0.10%포인트 올린다. 인상 금리는 내달 1일 신청 완료된 것부터다.
이에 따라 대출만기별로 'u-보금자리론'과 't-보금자리론'은 연 2.80%(10년)부터 3.10%(40년), '아낌e-보금자리론'은 연 2.70%(10년)부터 3.00%(40년)가 기준금리로 만기까지 고정 적용된다. 이 상품은 신혼부부와 무주택자 대상의 정책 모기지로,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부담 등을 덜어주는 대표적 금융상품으로 꼽혀왔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도 꿈틀대고 있다. 지난 한 해 서서히 올랐던 신용대출 금리는 1년 전(2.43~3.04%)과 비교해 0.7% 올랐다. 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취급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연 3.26~3.79%였다.
기준금리가 반영되는 내달부터는 대출금리 인상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금리 인상 예고에 당장이라도 부채관리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에 어려운 서민과 취약계층들이 피부로 느끼는 대출이자는 이전보다 더욱 클 것"이라며 "지금 당장이라도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채무관리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은 더욱 빠듯해지고 금융 부담은 가중된다. 이는 소비까지 위축돼 지역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