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관사촌 F&B기업들 점령...경제논리에 내몰려
등록문화재 지정도 안돼...가치소멸 후 원형복구 불가
옛 충남도청사 과거 임시정부 주둔 ‘역사적 공간’
“시대가치 담아낼 기관 들여야"... 향후 행보 '초미의 관심'
원도심 활성화는 대다수 지자체의 숙제다. 재개발과 재건축에 따른 신도시 확장으로 나타나는 기존 시가지의 노후 쇠락 등 도심공동화를 방지한다는 명분에 힘이 실리고 범위도 커진다. 하지만 도시의 건물과 도로가 말끔해질수록 그곳을 품었던 역사적 의미들은 빛이 바랜다. 원도심에 밀집해 있는 근대건축물들이 도시개발 회오리 속에서 단단한 생명력을 기약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대건축물과 도시재생의 슬기로운 공존을 위해 경제적 가치추구를 넘어 외형은 물론 건축물 내부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적 고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활용방안 논의가 한창인 소제동 철도관사촌과 옛 충남도청사도 그렇다.
소제동 철도관사촌 전경(2015)<출처=한국철도학회> |
원도심 활성화가 본격화하면서 대전역세권 개발과 도시철도 2호선(트램) 대전역 경유 등 호재와 맞물려 철도관사촌도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관사촌 일대가 철거되고, 주거형 건물 신축이 가시화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960년대 초 민간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후 주민들이 떠난 집에는 경제논리를 빠르게 읽어낸 서울발 F&B 기업들이 이름을 내건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섰다.
소제동 철도관사촌 골목<출처=월간샘터> |
대전 중구 선화동에 있는 옛 충남도청사<출처=연합> |
'옛 충남도청사'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지난 6월 첫 논의를 시작으로 정권 임기 내 '마지막'을 다짐하며 전문가협의체가 꾸렸지만, 문체부의 인재개발원 건립 구상이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거셌다. 등록문화재(본관건물)가 포함된 부지에 한 기관의 시설물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문화유산 가치 보존 취지와 상반된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주하면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정신과 대전의 정체성을 잘 녹여내야 하며, 이를 형상화할 미술기관 건립이 타당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오는 10월까지 두어 차례 논의가 남은 상황에서 개방형 미술품 수장고 조성을 제안하는 시의 염원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 운영주체인 시의 명확한 입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우 건축평론가는 "당시 국회개회를 통보했으나 전란 등으로 성원 충족이 어려워지면서 진행되진 못했다"라며 "우리나라 정부가 머물렀던 공간의 정체성을 살려 가치의 훼손이 없어야 하며, 지켜지지 못한다면 역사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우선 추구하다 보면 공간의 유지나 애착이 모자랄 수밖에 없고, 목표치가 떨어진 이후의 행보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근대도시 대전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재개발에 따른 자리이동 시 외관은 물론 지붕의 재료나 벽재 등 부자재들을 따로 보존할 필요가 있으며, 행정 주관부서 여부와 상관없이 '문화공간' 성격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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