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이 남긴 슬픔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여고생 연희와 시비가 붙게 된다. 자신에게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대드는 '깡순이' 연희가 신기했던 그는 이후 연희와 가까워지고 그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렇게 조금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아버지가 15년 만에 출소하면서 상훈은 격한 감정에 휩싸이는데… 이 영화를 보면 가정 폭력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가늠하게 된다.
자신이 갓 낳은 아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 살해하려 한 엄마가 경찰에 구속됐다. 충북경찰청은 8월 23일 영아살해미수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 18일 오전 8시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식당 음식물 쓰레기통에 갓 낳은 자신의 아기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기는 버려진 지 사흘만인 지난 21일 "쓰레기통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탯줄이 붙은 알몸 상태로 구조됐다.
그야말로 극적 구출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사건, 아니 참극이 벌어진 것일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뱃속에서 나온 아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만행이자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는 것 외엔 딱히 표현할 말조차 망설이게 만든다.
경악의 차원을 넘어 인간은 어디까지 잔혹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발견한 때문이다. 영화 '똥파리'에서 상훈과 연희는 아버지의 가부장적 가정 폭력으로 인성까지 철저히 파괴된다.
특히 상훈은 자신이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장했다. 가정이 아니라 차라리 지옥이었다. 그런 아버지는 결국 어머니를 죽게 했고, 이에 격분한 상훈은 '대물림'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으라며 때린다.
그랬던 상훈은 또 다른 가정 폭력 희생자였던 신참 용역 깡패의 손에 죽게 된다. 탯줄도 안 뗀 아기가 다른 데도 아닌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범인인 엄마가 아무래도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건 아니었을까…라는 합리적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똥파리는 똥파릿과의 곤충으로 주로 더러운 똥오줌에 모여드는 성질이 있다. 사람이 지저분하면 이를 빗대 표현하기도 한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엑소더스(exodus)가 벌어지고 있다.
영국군이 지키는 한 호텔로 들어가려던 부모가 철조망에 막혀 진입이 불가능해진다. 그러자 "우리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 아기만이라도 살려달라!"며 아기를 철조망 너머로 던지는 모습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부모란, 특히 엄마란 그런 것이다. 엄마는 하느님이 바빠서 보내주신 천사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아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 청주의 엄마는 더 이상 엄마가 아니라 똥파리보다 못한 비정한 살인 음모자가 아닐 수 없었다.
한편, 이 뉴스가 이슈화되자 가까스로 구조된 신생아를 위해 아기가 입원된 병원으로 물품 지원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가 꼭 살아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다시는 가정 폭력이 존재하지 않는 화목한 가정으로 입양되어 무럭무럭 미래의 동량으로 성장하길 기도한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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