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옛 충남도지사관사촌
대전 근대역사 흐르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
중도일보는 매주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드라마·영화 속 장소들을 소개하는 '거기 그곳'을 연재합니다. 촬영지로서의 매력, TV 속 색다른 모습의 장소들을 돌아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애국이 별게 아니다! 일본에 뽕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송강호)은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유통사업에 발을 담근다. 뛰어난 눈썰미와 빠른 위기 대처 능력, 신이 내린 손재주로 급기야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마약 브랜드까지 만들며 승승장구한다.
일본에 마약을 내다팔며 국내 최고 마약 수출업자가 된 두삼은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하며 너스레를 떤다. 애국의 마음으로 마약사업에 헌신한 노력 결과 돈방석에 앉게 된 두삼은 부자동네에 아내 숙경(김소진)을 위한 '바로크 음악학원'을 차려주는데, 영화 속 그곳의 외관이 대전시 중구 대흥동 테미오래(옛 충남도지사관사촌)에서 촬영됐다.
충남도지사 공관 전경. 사진=테미오래 홈페이지 |
2012년 말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며 관사촌 사람들은 떠났지만 충남도지사공관을 비롯한 10개동의 유휴 관사가 옛 흔적과 역사를 간직한 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근대건축물인 충남도지사 공관은 대전시 문화재자료 제49호, 1·2·5·6관사는 등록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되어 있다. 관사촌은 80여년동안 베일에 가려져 시민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2019년 4월에 전면 무료 개관해 대전 근대역사와 문화·예술전시 등을 느낄 수 있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늘공원에 주차를 하고 경사진 골목길 초입에 들어서면 적벽 돌담 사이로 높게 솟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쨍한 파란 기와지붕이 얹어진 관사촌이 보인다.
충남도지사공관 내부. 사진=테미오래 홈페이지 |
재미있는 집(2호 관사) 내부. 사진=테미오래 홈페이지 |
상상의 집(6호 관사) 전경. 사진=테미오래 홈페이지 |
역사의 집(1호 관사)에서는 상설전시 '대전의 철도, 도시를 이루다展-기다림의 칸, 그리움의 칸'이 진행된다. 재미있는 집(2호 관사)에서는 '칙칙폭폭 만화테마 여행'을 주제로 한국 히어로 '각시탈', '홍길동' 특별전과 만화가의 방, 시간기차와 함께한 생활박물관, 열차놀이방, 골방환상곡, 릴레이 게임대회 등 시민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만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빛과 만남의 집(5호 관사)은 트래블라운지로 운영되며, 터키 이스탄불, 아일랜드 더블린, 네팔 포카라에 이어 올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시작으로 해외 이색 도시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다.
상상의 집(6호 관사)에서는 시민 갤러리와 기획전시, 레지던시 작가 결과보고전 등으로 다양한 전시가 진행된다.문화예술인의 집(7호 관사)에서는 국내 창작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가운데, 올해 3기 창작레지던시는 '기획', '공연', '문학' 세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교류하며 다채로운 창작 작업이 이루어진다.
재미있는 집(2호 관사) 내부. 사진=테미오래 홈페이지 |
이외에도 관사촌의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거리에서 열리는 작은 시장 '플플마켓'과 공연과 즐길거리가 가득한 '올레 아츠페스티벌'도 펼쳐진다. 짧은 여정이 아쉽다면 테미오래 뒤편에 자리한 테미공원도 산책 겸 한바퀴 돌아보기 좋다.
베일을 벗고 80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옛 충남도지사관사촌. 멈췄던 시간에 예술의 꽃이 움트고 있었다. 이번 주말,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신선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겨보면 어떨까.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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