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가 되다시피 쓰이고 있는 말이지만 좋은 말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치인들을 비롯한 권력가들을 보면 개중엔 훌륭한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엄마 찬스! 아빠 찬스!'>에 연루되어 비판받는 나리들이 있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며칠 전에 몸 컨디션이 안 좋아 기분 전환 차 바람을 쐬러 나갔다. 강바람이 그리워 대청댐 주변까지 갔다가 신탄진 강가 둘렛길을 걸은 적이 있었다.
집을 나올 때 하늘에 걸린 무지개가 인상 깊었다. 산모퉁이서 시작하여 하늘을 가로지르듯이 올라간 보·남·파·초·노·주·빨의 색채가 장관이었다. 아마도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스펙트럼의 조화 같은 무지개가 예사로 보이질 않았다.
강가 둘렛길을 걷다가 무지개 덕분인지 지인한테서 ' 가슴 뭉클한 아버지 얘기'>를 들었다.
얘기의 주인공은 현재 서울 산다는 곽영철씨인데 나이는 현재 61세라 했다. 35세가 된 아들 하나가 있는데 아들이 군입대하기 전의 일이니까, 어언 10여 년 전의 실화가 된다 하겠다.
주인공은 다한증(多汗症) 환자 아들이 하나 있었다. 다한증이란? 손, 발, 겨드랑이 등에서 지나칠 정도 땀이 많이 나는 증세이다. 우리 몸에는 150만∼ 500만개 정도의 아포크린 땀샘과 에크린 땀샘이 있는데 땀 생성의 대부분은 에크린 땀샘에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땀은 체온이 올라가면 땀샘이 자극을 받게 되어 피부 밖으로 땀이 분비되는데, 다한증은 열이나 감정적인 자극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땀을 흘리는 질환이라 하겠다.
다한증 환자는 손에서도 나는 땀이 손수건을 적실 정도이다. 다른 부위에 비해 땀샘이 밀집돼 있는 손, 발, 얼굴, 머리, 겨드랑이에서 과다하게 땀이 많이 난다. 특히 겨드랑이는 에크린땀샘과 함께 아포크린선이 분포되어 있어 땀샘에서의 과도한 열이 발생할 경우 이차적으로 각질층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감염되어 악취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군 입대할 나이가 된 다한증 환자는 그 자체로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들도 군 입대할 나이가 다 된 때였다. 아들은 자신이 다한증 환자로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고, 군대 가지 않으려는 생각에 골똘해 있었다.
그런데 그 아버지 곽영철 씨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아들을, 다한증 치료를 해서 군대에 보냈다는 거였다. 그런 아버지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반감을 품은 아들의 하는 말이 "아버지, 저 정말 아버지 아들 맞는 거요?" 하는 정도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세월이 지나고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고 살다 보니 아버지의 깊은 속마음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자신의 다한증 치료를 해서 군 입대를 하게 했을 때에는 아버지가 그렇게 밉고 원망스러웠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다 보니 훌륭한 아버지의 진면모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었다.
'엄마 찬스! 아빠 찬스!'를 어떻게라도 이용해서 자식을 군대 안 보낼 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일부 이기주의적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권력가들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말로만 '정의, 평등, 공정'을 외치지 말고 곽영철 씨의 그림자만이라도 흉내 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주인공 곽영철 씨도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군입대해서 고생하는 걸 어찌 좋아해서였겠는가!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 정의, 평등, 공정 >은 어느 누구 특정인만이 실천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남자라면 군 입대해서 고생도 해봐야 국가나 부모님의 소중함도 알고, 강인한 정신력도 길러갖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아들을 그런 아들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었다.
평범한 아버지는 말로 자식을 가르치고, 훌륭한 아버지는 행동으로 가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위대한 아버지는 곽영철 씨처럼 감동으로 자식을 가르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려 하지 말고, 존경받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연작(燕雀)이 어찌 봉황의 뜻을 제대로 알리요?
'엄마 찬스! 아빠 찬스!'를 즐겨 쓰는 일부 권력가나 정치인 나리들은 되지 말아야겠다.
곽영철 씨의 아버지로서의 깊은 뜻을 헤아려 자녀를 바르게 키우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주인공 곽영철 씨는 이런 장점만을 가진 분은 아니었다.
그는 섬유 공장 경영자인데 서울에 본사, 과테말라, 베트남에 지사를 두고, 제품을 제작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원래 본성이 착하고 따듯한 분이어서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해 우물을 파주는 일을 자주 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한 군에 입대한 장병들 중 보호자나 가족들이 없어 면회 갈 사람이 없는 장병들을 물색하여 그런 장병들이 있는 대전 계룡대를 비롯한 전국 각 지역 군부대를 찾아 수시로 면회를 가서, 위로해주는 일을 생활의 일부로 삼고 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거기다 딸만 넷인 숙부·숙모님의 아들 노릇까지 해 드린다니 이런 지상의 천사가 어디 또 있다 하겠는가!
사람답게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논어'에 나오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가 아는 채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아버지도 있나!
아들의 다한증 질환을 고쳐서 군대에 보내는 아버지,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우물을 파주는 따듯한 가슴
사고무친의 장병들을 찾아서 위로하는 그 인간애
아들 없는 숙부 숙모의 아들이 돼 주는 그 심성
세상에 둘도 없는 천연기념물 같은 분이어라.
그 분이 바로 논어에 나오는 ' 사람답게' 사는, 하늘이 내린, 용광로 가슴 곽영철 씨이어라.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나, 자신의 맥을 한 번 짚어 볼 일이다.
솔향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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